[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빵에 담긴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전 성심당
[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빵에 담긴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전 성심당
  • 한숭동 前 대덕대 총장·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 승인 2013.11.0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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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 상공회의소가 한 달 동안 500명의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직성향 및 지역기업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대전’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으로 31.5%가 충청권 연고 대기업 ‘한화’를 지목했고, ‘성심당이 14.8%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쟁쟁한 기업들을 뒤로하고 ‘튀김 소보루’의 대명사인 성심당이 3위에 오른 저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심당은 창업 60년이 다 돼간다. 대전역 앞 찐빵 집 성심당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과 브랜드가 됐다. 또 대전의 새로운 기업문화가 창출되고 있다.
1956년 고(故) 임길순 선생이 대전역 앞에 판잣집으로 된 찐빵 집을 차린 게 원조다. 그는 밀가루 외상값 독촉에 시달리는 부인의 반대에도 항상 넉넉하게 찐빵을 만들었다. 남는 찐빵은 어려운 사람을 찾아 돕는 데 썼다. 그의 고향은 함경북도 함주. 처와 7남매를 데리고 기적처럼 월남해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것만 해도 감사한 인생이란 생각에서다.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가치 있는 기업이다.
은행동 일대는 성심당 길로 통한다. 성심당이 이곳에 뿌리를 내린 지 수십 년. 지역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이 집 빵 맛을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성심당과 함께 이 일대가 동반 성장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편제’는 국내 영화사에서 첫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소리꾼 유 봉(김명곤 분)은 자신의 직업을 전수하기 위해 송화(오정해 분)를 친딸처럼 키운다. 가업(家業) 대물림은 사실 우리보다 일본이 더 앞서 간다. 일본은 화산과 온천 말고도 업력이 오래된 장수 기업이 많기로 유명하다. 200년 이상 된 크고 작은 회사만 3000개가 넘고 무려 1000살(년)을 넘긴 여관과 떡집도 있다.
일본에는 ‘시니세(老鋪)’라고 불리는 장수기업이 2만 개를 넘는다고 한다. 군산에 있는 이성당이 성심당보다 규모는 작지만, 역사는 더 오래됐다. 대전의 대표적인 ‘시니세’로 성심당을 꼽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니세’라는 장수 기업의 공통점은 전통과 뚝심을 기본으로 하되 고객과 시대의 입맛에 맞춰 변화하려는 혁신 DNA를 지니고 있다. 여전히 가업을 이으면서 사랑받는 기업들의 공통점을 한 전문가는 ‘믿음’으로 정의했다.
전통을 판다기보다 그 전통 속에서 유전자처럼 대물림되어 온 ‘믿음’을 판다는 얘기다. 매출을 위해 유행만 추종하면 ‘반짝 성공’은 할 수 있겠지만, 원칙과 신뢰, 그 회사만의 정신을 잃을 수 밖에 없는 법. 세월 앞에 장사 없다지만 세월의 무게를 전통과 혁신으로 자산 삼아 발전해 온 시니세는 진정한 장인(匠人)정신의 표본이다.
대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성심당은 대전의 명소 중 한 곳이다. 기업형 빵 공장이 아닌 ‘제과점’ 형태를 유지하면서 이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전국의 제과점과 중국, 대만 등에서 성심당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배우러 오기도 한다. 임영진 대표는 빵을 통해 일터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철학의 가치를 알고 있다.
임 대표는 자신을 “빵이라는 그릇에 문화의 가치를 담는 사람”이라고 한다. 자신은 돈을 벌기 위해 빵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했다. ‘세상을 밝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만이 아니라 조화로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창업자 임길순 선생이 지켜온 나눔의 철학을 지켜가고 있다. 200여 단체에 연평균 850회, 월평균 1200만 원 상당의 빵을 매일 기부한다.
이제 성심당은 대전의 대표브랜드가 되고 있다. 굳이 대기업만이 지역을 대표하거나, 취업 목표의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창업 몇 대를 이어나가는 제2, 제3의 강소기업이 계속 발전하는 것이 지역경제를 튼튼하게 한다.
이번 주 목요일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가까운 동네빵집에서 수능에 응시하는 지인의 자녀들에게 ‘수능 대박’ 떡 하나씩 사서 선물해 주시길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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