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잠깐만요, 술 버리고 가실게요!
[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잠깐만요, 술 버리고 가실게요!
  • 한숭동 前 대덕대 총장·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 승인 2013.12.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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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는 논어의 첫 구절이다. 배움에 대한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는 이 말씀을 통해 공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움을 강조했다. 여기서 ‘때때로’라는 말은 ‘평생’이란 뜻이다. 시험과 승진을 위한 목적성 공부만을 해 왔던 우리에겐 평생공부란 다소 벅찬 과제이기도 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생애 전 주기에 걸친 복지를 강조한 말이지만 교육에도 해당한다. 프랑스 교육학자 폴 르그랑은 1965년 유네스코에 ‘교육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에 걸쳐 계속되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학교를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지던 전통적 교육이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의 개념으로 진화되기 시작했다.
인생 ‘100세 시대’의 도래로 여러 가지 사회변화가 생겼다. 평생학습의 발전도 그 중 하나로 꼽힌다. 생애 주기가 길아지면서 인생 2모작을 위한 평생교육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평생교육 담론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크게 유네스코형, OECD형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 평생교육 형태는 유네스코(UNESCO)형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형으로 변화되고 있다. 유네스코형은 취미·교양 등 각각의 주제를 바탕으로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교육에 참여한다. 반면 OECD 형은 일상생활과 취업 등의 모든 과정을 지식기반 형태로 학습에 참여하는 형태다. 유네스코형은 주로 문해교육(문자해독교육), 저소득계층, 사회적 소외계층, 소양교육, 문화 관련 교육을 한다. 반대로 유럽은 OECD형 일자리 중심, 직업 중심의 평생교육이 많다.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사교육비는 OECD 국가 중 1위다. 그러나 전문성을 유지하거나 이직을 위해서 하는 평생교육에 대한 투자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지식기반 또는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현대사회는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렵게 됐다. OECD 형의 평생교육은 자기계발이나 자아성찰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신지식 습득을 통해 국가 경쟁력도 제고시킨다. 은퇴해도 계속 가치 창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생 100세 시대에 40년을 은퇴 후 살아야 한다. 60세 정년 후, 소비자로만 사회에 존재한다면 짐이 될 뿐이다. 평생교육을 통해 지속해서 사회에 참여하고 가치 창출과 사회 공헌을 해야 만이 우리는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로 갈 수 있다. 세계 각국이 교육개혁을 통해 평생교육 체제를 구축하려는 이유다.
물론 공공부문에서 유네스코형 문해교육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 정규 교육과정을 받지 못한 성인과 장애인, 다문화 가정, 외국인 근로자, 새터민들에게 한글 기초와 자립생활교육, 정보화 교육 등의 평생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들은 교육복지의 그늘에 있는 소외자이기 때문이다.
취약 계층이 교육에서부터 소외되면 결국은 사회적으로 소외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가 아니라 가난이 대물림된다. 지역 격차, 소득격차가 곧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소득 격차에 끊어진 ‘교육의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은 교육청만의 몫이 아니다. 그래서 교육복지 차원에서의 문해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출세나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가 아니라 배우는 즐거움 그 자체로서의 공부를 하라는 뜻이다. 진학이나 승진을 위한 공부도 있겠지만, 지식습득만이 배움의 전부는 아니다. 취미나 여가는 물론 정서함양이나 교양, 문화활동도 배움이 기반이 된다.
술자리가 많은 12월, 연말이다. 연암 박지원은 말한다. “선비가 되어 하루라도 공부를 거른다면 얼굴빛이 곱지 못하고 언어가 바르지 못한 데다 두려운 마음이 생겨 생각이 갈팡질팡하게 되니 몸을 의지할 곳이 없어지고 마음 둘 곳이 없어진다. 음주가 어찌 공부보다 즐거울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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