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갑오년, 말(馬)이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갑오년, 말(馬)이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 한숭동 前 대덕대 총장·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 승인 2014.01.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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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는 육십 간지 중 31번째다. 갑은 오행사상에서 청색이므로 청마(靑馬)의 해다. 갑은 용수철과 같이 솟구치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유추해보면 말처럼 힘차게 박차고 뛰는 해라는 뜻이다. 역사 속에서 120년 전(1894년) 갑오년은 갑오경장과 청일전쟁,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해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의 민족성에 대해 재미있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떤 부자가 신문에 엉뚱한 광고를 냈다. 누구든지 청마 한필을 가져오면 100만 불을 주겠다는 것. 독일 사람은 도서관에 들어가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영국인은 아프리카 지도를 사고, 사냥준비를 했다. 프랑스 사람은 얼룩말을 사다 파란 페인트칠을 했다. 일본인은 얼룩말을 사다가 파란 털을 이식시켰다. 스페인 사람은 100만 불은 내 것이라며 술을 마셨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국 사람은 이렇게 말을 했다. “정말 100만 불을 줄까?” 민족성을 빗댄 농담이지만, 우리 사회는 정말 의심과 불신이 도를 넘는 것 같다.
평상시 우리가 모르고 사용했던 말 중에 말(馬)과 관련해 생겨난 말이 많다. 앞으로 이런 말들을 사용 할 때 그 유래를 알고 사용한다면 재미도 있으면서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말(馬)과 관련된 말(言)은 한참, 말미잘, 말馬지명, 마력, 다크호스, 출마·낙마, 말몰이꾼의 제주도 방언인 말테우리 등이다.
‘한참’은 원래 역참과 역참 사이의 한 단위 거리에서 유래했다. ‘오랜 시간이나 시간이 꽤 지나는 동안’을 뜻한다. ‘한참 쉬었다’, ‘한참을 바라봤다’, ‘한참을 기다렸다’ 등 일정한 시간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조선 시대에는 중앙의 명령을 지방에 전달하거나 관리들의 사행, 운수 등을 뒷받침하는 장소로 역참이란 게 있었다. 역참과 역참 사이의 한참을 말(馬)을 이용해 달리다 보니 시간도 걸렸을 것이고, 시계가 없던 시절엔 시간을 대용하는 말로 한참이 사용됐을 거라고 한다.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라는 뜻의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고주알’ 구조로 이뤄져 있다.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이란 뜻으로 항문까지 다 들여다볼 정도로 속속들이 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주알은 운을 맞추기 위해 미주알 뒤에 붙인 말이다. 미주알에서 파생한 재미있는 말로 말미잘도 있다. ‘말+미잘’ 분석되는데 여기서 ‘미잘’은 ‘미주알’에서 줄어든 말이다. ‘말’은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그냥 붙인 말이라는 해석도 있고, 실제 ‘말’(馬)을 가리킨다는 해석도 있다. 말미잘은 우리 조상님들의 빼어난 관찰력과 익살, 그리고 넉살까지 엿볼 수 있는 언어다. 서울의 말죽거리, 대전의 서구 갈마동, 6·25 때 백마고지 등 말(馬)과 관련한 글자가 들어간 지명도 많다.
일률단위인 마력은 말로부터 생겨난 말이다. 영국에서 처음 생겨난 마력은 당시 말 한 마리가 할 수 있는 일률의 마력으로 표현했다. 현재까지도 특히 차의 힘을 나타내는 용어로 마력을 많이 사용한다. 다크호스의 시작은 경마용어다. Dark와 Horse가 합쳐져서 어두운 말, 즉 말에 대한 정보가 어둠 속에 가려져서 그 능력을 가늠하기 힘든 말을 나타낸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아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말을 지칭한다. 요즘은 선거나 스포츠 경기에서 예상외로 힘을 가진 사람이나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인물이나 숨은 실력자를 가리킬 때 많이 사용한다.
정치권에서 사용되는 출마·낙마는 선거운동을 할 때 많이 쓰인다. 각종 선거에 입후보 시 출마한다고 하고, 선거에 떨어지면 낙마했다고 말한다. 요즘 몸짱 남자들의 근육을 보고 ‘말 근육’, 단단한 허벅지를 보면 ‘말벅지’라는 별명을 붙인다. 말의 균형 잡히고 튼튼한 근육을 닮았다 하여 사용되는 별명이다.
갑오년에는 소망하는 모든 것들이 말(馬)이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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