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 메뉴얼 구상이 우선이다
[사설]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 메뉴얼 구상이 우선이다
  • 충남일보
  • 승인 2014.02.0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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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카드정보유출로 인해 정부가 텔레마케터의 직장을 빼앗는 급지조치 후 부작용이 커지자 이를 다시 허용하는 등 정책불안정이 도를 넘고 있어 걱정이다. 더구나 일자리 창출의 정권최우선 목표로 추진하던 정부가 이같은 사건이 커지자 오히려 잘 유지되던 일자리마저 없애는 등 부작용이 심화되면서 국민적 신뢰가 땅에 곤두박질 됐다.
이같은 조치는 금융당국이 당초 3월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던 텔레마케팅(TM)을 한 달 앞당겨 전면 허용하기로 하면서 금융시장에 대해 강경 모드를 고수했던 정부가 결국 백기를 드는 모양새가 됐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일부터 보험사의 TM 영업을 허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불법 취득한 정보가 아님을 확인한 금융사들에 대해 단계적으로 TM 영업을 허용해 3월부터 전면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생계유지가 막막했던 텔레마케터들과 수익 감소에 초조했던 금융사들은 환영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탁상 행정’이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대규모 정보 유출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지난달 27일부터 금융사가 전화로 대출을 권유하거나 영업하는 TM을 전면 금지했다.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해 영업에 나서는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TM을 이용한 금융사의 영업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법적인 영업행위와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한 영업행위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금융사들은 대부분 합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지만, 금융사의 관리·감독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는 여전히 불법 정보를 활용한 영업 행위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금융사가 TM를 이용한 영업행위를 중단한 상태에서도 상품 판매 등의 전화가 걸려온다면 이는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근절하겠다는 것이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각 금융사에 ‘협조 요청’이라는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TM 영업 제한 조치로 일부 금융사가 전화상담원을 해고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중단하라며 긴급 지도에 나서는가 하면 금융사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텔레마케팅 조직을 유지토록 강력 유도키도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 같은 TM 영업 중단은 곧바로 여러 장벽에 부딪쳤다. TM 종사자들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한다고 간주해 이들을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특히 전화영업을 통해 생계유지를 하는 이들에 대한 대량 실직 우려가 커지면서 문제는 점차 확대됐다.
정책 발표 2주가 채 되지 않아 기존 발표를 뒤엎는 격이 된 데다가 채 며칠을 버티지 못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책 혼선으로 시장 불안을 키웠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서둘러 봉합하는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원인분석을 통해 보다 체계화된 메뉴얼부터 만드는 것이 재발방지를 막기 위한 첫 번째 순서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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