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의료 파동 국민이 보는 시각차 커
[충일논단] 의료 파동 국민이 보는 시각차 커
  • 박경래 부장 금산주재
  • 승인 2014.03.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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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10일 하루 집단휴진을 강행했다. 휴진 참여율이 전국적으로는 30%가량이고 부산은 50%가 넘었다. 종합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들도 동참했다.
애초 예상보다 높은 수치다. 게다가 민주노총, 참여연대, 보건의료노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평소 의사협회에 우호적이지 않던 단체들도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는 시각과 전국 동네 의원 2만8660곳 중 5991곳(20.9%)이 문을 닫고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소속된 전공의 1만7000명 가운데 4800여 명도 파업에 동참해 환자를 돌봐야 할 시간에 병원을 떠나 환자가 몰려 북새통을 이룬 곳이 적지 않았고, 전공의 파업으로 일부 대학 병원에선 진료와 수술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는 일부 언론의 시각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찌 됐든 집단휴진이 의사들의 직업적 이해와도 관련되지만 ‘의료 민영화 저지’라는 분명한 명제가 일어난 사실에는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는 복지부의 미숙한 대화 기술과 의협 지도부 강경파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합작된 작품이라는 데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1월 17일부터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5차례 협의 끝에 2월 18일 원격(遠隔)의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은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건강보험 수가(酬價) 문제는 복지부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아 합의 내용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추인(追認)까지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의협 지도부의 강경파가 돌연 합의를 뒤집고 나와 결국 총파업에 돌입했다. 의협 지도부의 강경 투쟁은 작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에 의사 2만명이 모였을 때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당시 의사협회 회장은 조직 폭력배들의 행태에서 볼 수 있는 흉기로 자기 목을 긋는 자해(自害) 행위를 함으로써 대정부 투쟁 의지를 과시했다기 보다는 저질스런 행동으로 국민들을 실망케 했다.
의협 지도부가 정말 의사들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겠다면 의사와 환자들 간의 신뢰 관계를 끊는 일만은 하지 말아야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병상 수의 93%는 민간이 담당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은 63%에 불과해 우리 국민의 80%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이미 충분히 민영화돼 있는 상태라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이 병원들이 돈벌이에 나설 수 있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재벌과 부자들에게 새롭고 안전한 투자처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비판이 최근 몇 년간 보건의료 분야는 다른 업종에 비해 평균 9.1%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인 데서 찾을 수 있다.
결국 병·의원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의료 수가 인상이다. 시시콜콜 정부가 간섭하는 관치(官治) 의료에 대한 반발도 물론 포함된다고 본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2000년 의약 분업 파동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 강경 투쟁에 앞장섰던 의협 지도부는 대거 구속됐다. 의협은 이번에도 11일부터 23일까지 진료 태업(怠業) 투쟁을 벌이고 24일부터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복지부는 14년 전에도 강경 방침만 고집하다가 결국 건보 수가를 3번에 걸쳐 23%나 인상했던 전례를 보면 이번 의료 파동이 이대로 가면 환자나 의협 지도부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게 뻔하다. 복지부가 전문가 집단을 협상 상대가 아니라 ‘진압(鎭壓) 대상’으로만 여기면 정부 역시 패자(敗者)가 될 수밖에 없다.
의협 또한 강경 일변도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소득 상위 그룹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격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해소 하고 국민 부담을 최소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잘 사는 것보다는 지금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의료복지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의협과 정부 정책대로 갈등이 지속되면 결국 병원비는 오르고 국민건강보험은 허물어지는 누를 낳게 된다. 국민들도 일부 언론들의 갈등 조작이나 정치권의 야전투구에 흔들려 갈등에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에 동조한다면 우리는 더욱 불행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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