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무슨 죄… 멀쩡한 소 쓰러뜨리고 보험금 챙겨
소가 무슨 죄… 멀쩡한 소 쓰러뜨리고 보험금 챙겨
충남경찰청, 가축재해보험금 사기사건 수사결과 발표

축산주·수의사 등 258명… 축산농가 상당수가 전과자
  • 한내국 기자
  • 승인 2014.03.1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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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정상 소 다리에 줄을 묶어 윈치(끌어 올리는 기구)를 이용해 바닥에 넘어뜨려 기립불능 상태로 위장한 뒤, 수의사로부터 보험금 청구사유에 해당하는 질병인 양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그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축·낙협 직원이 보험청구서류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한 마리당 50~350만원의 보험금을 가로채는 등 모두 7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피의자 25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중 축·낙협 직원 등 8명을 구속하고, 축산주, 수의사, 소 운반상 등 25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수사결과, 축산주인 피의자 유모(70) 씨 등은 축·낙협 보험담당 직원이 “낸 보험료의 두배 이상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권유로 보험에 가입한 후, 정상 소를 윈치를 이용해 넘어뜨려 부상 소인 것처럼 하거나, 실제 부상 입은 소의 경우에는 매매계약서 매매대금을 낮게 기재할수록 보험금이 더 많이 지급된다는 점을 알고, 매매가액을 허위로 낮게 기재함으로써 보험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축협 직원인 피의자 박모(42) 씨 등 2명은 축산주 몰래 통장을 개설해 보험금 6억3000만원을 빼 돌리고, 축산주에게 보험료를 부풀려 청구해 차액을 챙기는 수법으로 7억2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는 한편, 보험 처리를 위해 쓰러진 다른 소의 사진상 이표(耳票)번호를 포토샵을 이용해 정상 소의 사진에 오려 붙이는 방법으로 보험청구 서류를 위조하는 등 교묘히 속여 온 것으로 밝혀졌다.
수의사인 피의자 김모(45) 씨 등 7명은 실제 소의 상태를 진단하지 아니한 채 보험청구 사유에 해당하는 병명으로 허위 진단서 3375건을 발급하고, 1건당 3만원의 수수료를 챙겼으며, 소 운반상인 피의자 김모(55) 씨 등 19명은 소 한 마리당 10만원씩 받고 3685마리의 소를 쓰러 뜨리고 도축장까지 운반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검거된 축산주 중에는 공무원부터 조합장까지 그 신분이 다양했으며, 피의자들은 일반적인 보험가입 목적에서 벗어나, 재산증식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해 낸 보험료의 2배에서 최고 5배까지 보험금으로 받은 축산주들도 있었다.
범행 수법도 축산주와 소 운반상이 정상 소를 쓰러뜨리면 수의사가 허위진단서를 발급하고, 축·낙협 직원들은 이를 알고도 묵인함은 물론, 더 나아가 포토샵 작업을 통해 사고 사진을 위조하는 등 관련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으나, 누구하나 문제 삼지 않아 피해를 키워 왔다.
심지어 일부 축·낙협 직원은 축산주 몰래 통장을 개설해 보험금을 착복하거나, 보험처리 대가로 금품을 수수키도 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처럼 조합장 및 축·낙협 직원, 수의사, 소 운반상 등이 가축재해보험의 제도적 허점을 이용, 관행이라는 명분 하에 수년간 죄의식 없이 범행을 이어온 결과, 지역 축산농가 상당수가 전과자로 전락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충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가축재해보험료의 50%는 국가보조금으로 충당되는 만큼 국민의 혈세가 부당한 곳에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농림축산식품부에 보조금 환수 및 제도개선 사항을 통보하고, 범행에 가담한 수의사는 충남도에 행정처분토록 조치했다.”며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개선해 비정상의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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