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업 이주노동자 인권에도 성의 보여야
[사설] 농업 이주노동자 인권에도 성의 보여야
  • 충남일보
  • 승인 2014.03.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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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축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가 2만 명에 달하지만 장시간 노동, 저임금,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농노’와도 같은 삶을 살면서 이들에 대한 인권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비등하다.
이들은 이른바 ‘3D’ 업종으로 꼽히는 국내 제조업의 노동력 공백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웠듯, 우리 농축산업 역시 외국인 노동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산업 기반 자체가 영세한 농축산업 현장에서 이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며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1월 말 현재 농업 분야 취업 비자로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총 1만7603명(합법체류 1만4267명, 불법체류 3336명), 축산업분야는 총 1865명(합법 1758명, 불법 107명)이다. 농축산업을 합치면 총 1만9468명에 달한다.
성별 구성은 농업이 남성 1만1724명, 여성 5879명이고 축산업이 남성 1830명, 여성 35명이다. 농축산업 분야의 여성 이주노동자 비율은 30.4%, 농업만 보면 33.4%나 된다. 이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이주여성의 비율 9.6%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국내 농축산업에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온 것은 2003년부터다. 국내 농촌의 고령화와 함께 농축산업 분야 노동력의 공백이 생기면서 정부는 농업 부문에도 산업연수제를 도입했다. 첫해 923명이 외국인 농업연수생으로 들어왔고, 2004년 고용허가제로 바뀌면서 농축산업 분야 고용허가 쿼터로 그해와 이듬해 1000명씩, 2007년 3600명, 2008년 5000명이 배정됐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주들이 해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외국인 노동자 쿼터는 계속 늘고 있다.
2012년 4500명이던 것이 지난해 6000명, 올해도 6000명이 배정됐다. 고용노동부는 2012년까지 사업주에게 선착순으로 고용 기회를 줬는데, 농축산업 사업주들이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으려 고용센터 앞에서 장시간 대기할 정도였다.
지난해부터는 여러 항목의 평가지표에 따른 점수제로 바꿔 이주노동자를 배정하고 있지만, 농촌 일손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이주노동자들의 고용 수요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사업장별 고용 규모가 2~3명 수준으로 작고 지역적으로 고립돼 있는 농축산업 특성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고 최근에서야 뒤늦게 알려지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때문에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 수가 2만명에 육박하면서 이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설문조사 대상 이주노동자 161명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33.5%나 됐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더라도 계약 내용 자체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경우가 61.1%나 됐다. 이중 90.7%가 근로계약서보다 더 긴 근무시간을 강요당했고 17.3%는 휴일이 근로계약상 일수에 못미쳤다.
이들의 실제 근무시간은 월 평균 283.7시간에 이르고 월 평균 휴일은 2.1일에 불과했다. 이렇게 일하면서 받는 임금은 월평균 127만2602원(남성 131만8579원, 여성 117만7995원)으로, 법정 최저임금 월 137만8782원보다 적었다. 임금을 늦게 지급하는 경우가 68.9%, 아예 지급하지 않은 경우가 32.9%, 휴일 일당을 임금에서 공제한 경우가 26.1%, 벌금 명목으로 임금에서 일부를 공제한 경우가 12.4%였다. 시간 외 근로와 휴일 근로를 강제로 시킨 경우도 57.8%나 됐다.
특히 농한기가 있는 작물재배업의 경우에는 고용주가 임금을 주지 않거나 마음대로 해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농한기에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받았다는 응답이 23.1%, 아예 해고됐다는 응답이 12.4%였다.
농장에서 불법으로 노동자들을 다른 농장에 ‘빌려주고 돌려쓰는’ 사례도 많았다. 인권이 심각하게 유린되는 현실에 이제 정부가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함께 살권리와 누릴 권리도 적극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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