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한달, 남겨진 숙제 진지하게 고민하라
[사설] 세월호 한달, 남겨진 숙제 진지하게 고민하라
  • 충남일보
  • 승인 2014.05.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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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첫 국회 현안보고가 진행돼 여야가 진실을 파헤칠 특위구성을 본격 합의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참사원인을 제공한 유병언 일가의 구속수사에는 한계에 봉착하면서 새로운 고비를 맞고 있다.
정치권 여야 의원들은 벌건 대낮에 300여 명의 생명이 차가운 바닷속에 잠기는 것을 빤히 보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정부에 ‘피를 토하는’ 분노를 쏟아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꽃다운 아이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을 대변하듯 눈물을 쏟으며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을 질타했다.
참사 초기 상황을 돌이킬 때마다 울화가 치밀고 분통이 터졌고, 한(恨)으로 남을 미숙한 초동대응을 문책할 때는 온 국민이 같이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처럼 안전 문제로 지난 한 달간 온 나라가 들썩거렸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여객선의 운항 관리와 감독이 강화됐으나 탑승객 확인, 화물 탑재, 장비 점검 등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거나 변칙이 여전하다. 응급구조를 위해 출동하는 소방차에 자동차도 사람도 길을 터주지 않고, 좁은 골목길의 불법 주차로 소방차의 진입도 어렵다. 지하상가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휴대용 비상손전등과 소화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별도의 비상구가 없거나, 있어도 집기 등으로 막힌 곳이 많다. 광역버스는 입석 승객을 잔뜩 태운 채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 각지에서 사고 소식만 들려온다. 249명의 부상자를 낸 서울지하철 2호선의 아찔한 추돌사고 이후에도 지하철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준공을 앞둔 7층짜리 오피스텔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모습은 마치 침몰 직전의 세월호를 보는 듯했다. 국민의 안전 불감증도 여전하다.
정부가 마련해놓은 재난대응 매뉴얼은 34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재난별 표준 매뉴얼 25개와 실무 매뉴얼 200개,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 3200여 개 등이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당시 지켜진 매뉴얼은 없었다. 군과 경찰, 소방당국의 역할 분담과 구조 활동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두루뭉술한 행동요령과 담당 공무원의 비상연락처만 들어 있기 때문이다.
탁상행정으로 만든 매뉴얼이라 막상 사고가 발생하면 거의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난대응 매뉴얼이 엉터리인 것은 평소 교육훈련이 미흡한 탓이 크다. 실전 같은 교육훈련을 했다면 매뉴얼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고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훈련 부족은 세월호 침몰 당시 답답할 정도로 어설픈 해경의 구조 활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제 세월호가 주는 교훈을 거듭 각인하고 남겨진 숙제를 풀 해법문제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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