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사이버전쟁
[한내국 칼럼] 사이버전쟁
  • 한내국 부국장/편집국 정치행정팀
  • 승인 2014.12.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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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비롯한 사이버공간에서 일어나는 전쟁이야기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전투, 군사작전 무대가 디지털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마치 SF영화에서나 익숙했던 장면들이 현실로 옮겨지고 있다.
국가와 지역, 민족 종교 간의 갈등표출 양상이 완전히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문제는 표적이다. 우리 모두가 표적이 됐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2006년 시리아의 고위정부관리가 자신의 노트북을 가지고 영국을 방문했다. 어느날 그가 외출한 사이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호텔방을 침입했고 그의 노트북에 악성코드 트로이 목마를 심었다. 이로써 그가 지닌 모든 정보는 모사드의 손으로 넘어갔다.
시리아는 단순한 방심으로 큰 실책을 범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뼈아픈 것으로 진행됐다. 모사드가 해킹한 파일중에서 사진 한 장이 시선을 끌었다. 사막을 배경으로 1명의 아랍인과 또 1명의 아시아인이 서있는 사진이었다. 모사드는 두 사람이 시리아 원자력에너지위원장 이브라힘 이스만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전지부라는 북한핵과학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모사드는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핵분열물질 수송용 파이프라인 건설계획 등 노트북안의 다른 문서들과 두 사람의 존재를 짜맞춘 결과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을 받아 알키바르지역에 핵무기개발의 필수적인 관문인 플로토늄 처리시설을 건설중이라는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이스라엘은 오차드작전을 수립했고 2007년 9월6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간에 이스라엘 공군의 전투기 7대가 시리아 영공을 침투해 알키바르 핵시설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시리아는 전투기 출격은 물론 대공포 한 발도 쏘지 못했고 모든 감시요원들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감시망을 혼란에 빠뜨리는 준비를 했고 폭격 순간까지도 시리아는 엉터리 정보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 사건은 미래의 사이버 첩보전과 사이버전쟁이 초래할 가공스런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한국이 사이버테러를 당했다. ‘원전 해킹’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국내 원자력발전소 내부 자료가 다 섯 번째로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번 자료 유출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사용자는 23일 오후 3시 7분쯤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을 조롱하는 글과 함께 5개 파일을 공개했다.
‘원전반대그룹 회장 미 핵’을 자처하는 이 사용자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한수원 사이버 대응훈련 아주 완벽하시네. 우리 자꾸 자극해서 어쩔려고(어쩌려고)”라며 지난 22일 사이버 공격 방어 훈련을 실시한 한수원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또 이 사용자는 “원전반대그룹에 사죄하면 자료 공개도 검토해 보겠다.”며 “사죄할 의향이 있으면 국민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요구한 원전들부터 세우라”고 썼다.
이 사용자는 “우리는 국민을 사용하는 원전반대그룹”이라면서 “국민 여러분, 원전에서 빨리 피하세요”라고도 적었다. 이 사용자는 한수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벌인 지난 9일을 상기시키려는 듯 “12월 9일을 역사에 남도록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사용자는 “한수원 데이터센터를 해킹했다.”며 지난 15, 18, 19, 21일에도 네이버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한수원 내부 자료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는 월성 1·2호기 제어프로그램 해설서 일부와 월성 1호기 배관 설치도면 일부, 고리 1·2호기 배관 계측 도면 일부 등 원전과 관련된 자료가 포함돼 있었다.
특히 19일과 21일에는 ‘크리스마스에 원전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자료 10여만장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하겠다’며 원전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일로 한국정부가 초비상이 걸렸다. 말 그대로 사이버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범인이 곧 잡힐 것이라는 희망이 있지만 누가 이길 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현재 세계 각국은 100여년 전 항공기와 로켓포를 이용해 하늘로 전장을 확대했을 때 처럼 군대의 디지털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전쟁의 양상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 3의권으로 알려진 북한과 중국의 대규모 사이버부대, 그리고 미국의 사이버대응시스템의 목표는 규모나 예산은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다. 파괴(destroy), 부정(deny), 약화(degrade), 방해(disrupt), 기만(deceive)이 그것이다.더불어 이를 방어(defend)까지 포함해 5D+1이라 부른다.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분야를 이끌고 있는 인터넷이 이제 전쟁의 혁신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원전파일을 시작으로 한국과 인류문명이 0과 1로 싸우기 시작한 지금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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