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寅鐵 칼럼] 국정운영 순기능이 사라졌다
[金寅鐵 칼럼] 국정운영 순기능이 사라졌다
  • 김인철 편집국장
  • 승인 2014.12.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국장

국정운영은 말 그대로 국가경영을 의미한다. 역대정권들은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당정협의제도를 운영해 왔다. 이 방법은 여당정치권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을 지원하면서 차기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중요한 코드 중 하나인 때문이다.
때문에 당정협의가 원활해질 경우 정부정책의 순기능을 보다 잘 살리면서 국민여론을 응진하고 동시에 지지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이것이 잘 안되는 경우 그 폐해는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당정은 말 그대로 여당과 정부를 가리킨다. 이들이 당정협의체를 통해 일종의 국정운영 코드를 맞추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정권운영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들어 당정협의 기능이 무력화됐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런 상태는 국정 핵심 어젠다에 해당하는 주요 정책을 놓고 정부와 여당의 엇박자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일례로 정부가 22일 국민경제자문회의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으나 불과 하루 만에 그 핵심내용에 해당하는 군인 및 사학연금 개편계획이 ‘없던 일’로 뒤집어졌다.
시발점인 공무원 연금개혁도 진척을 보지못하고 있는데다 내후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가 배경에 깔려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백년대계도 아닌 내년도 정책방향을 놓고 벌어진 혼선이다. 정부여당의 정책협의 및 결정과정이 얼마나 졸속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에 할 말이 없게 됐다. 따지고보면 군인·사학연금 개혁은 이번에 새로 마련된 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 2월 박근혜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계획의 핵심내용을 이루고 있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과거 경제개발5개년 계획에 해당하는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 개혁과 함께 이들 연금개혁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공무원 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대해서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 개정도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을 3대 연금개혁 완료시점으로 못박지는 않았지만 그 핵심부분에 대한 법적 제도적 손질을 본격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천명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구체적인 이행로드맵이 담긴 것은 실무를 맡은 정부부처 입장에서는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사안이다. 정부가 내년 6월에 사학연금, 10월에 군인연금 개혁안을 각각 발표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정부발표는 불과 하루도 못가 뒤집혔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23일 “2015년 경제정책방향 참고 자료에 군인·사학연금의 개혁안 마련 일정 시안이 포함돼 있으나 이는 정부의 결정된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관계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이 군인·사학연금 부분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연금은 직역의 특수성이 크고, 사학연금의 경우 기금 재정상에 있어 현재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 배경엔 새누리당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충분한 사전협의가 있었지만 군인연금이나 사학연금에 관해서는 당과 얘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 소속 김현숙 의원은 “당의 현재 입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주력한다는 것으로, 군인·사학연금은 전혀 검토된 바 없고, 안(案)을 만들지도 않고 있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완구 원내대표도 “이 문제에 대해 정부에 확실하게, 엄중히 얘기하겠다.”고 원내대책회의에서 강조했다. 당내에선 책임자 문책론까지 나왔다. 공무원연금개혁도 부담스러운 과제인데 당장 전선이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으로 확대되는 것만큼은 극력 피하고싶다는 정치적 속내를 읽기 어렵지않다.
정책의 생명은 그 실행의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먼 훗날을 내다봐야하는 중장기 로드맵도 아닌 불과 1년 앞의 정책도 하루사이에 이리저리 말이 바뀐다면 그 정책은 이미 끝난 것이다.
이제 정부여당의 속내가 드러난 이상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은 멀찌감치 더 달아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집권당이 입에 발린 개혁보다는 내후년 총선을 훨씬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집단적 저항의 강도는 예상하기 어렵지않다.
당정협의의 불혐화음은 이렇듯 핵심 개혁과제조차도 실천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심각한 국정운영의 후유증을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운영이 이런 당정갈등의 결과 혹여 실패로 이어진다면 그토록 고심했던 다음 총선도 기약할 수 없다. 그런만큼 당장의 현안을 충실하고 또 지속성있는 정책을 살려 국민의 호응을 높이려면 이런 파열음부터 당장 뜯어 고쳐나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