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정부실 혼란, 처음부터 다시 논의 시작돼야
[사설] 세정부실 혼란, 처음부터 다시 논의 시작돼야
  • 충남일보
  • 승인 2015.01.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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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의 섣부른 세정개정이 심각한 민심이반을 가져오면서 뒤늦게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불러오는 더 큰 혼란을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더구나 세정을 총괄하는 국세청은 정부와 정치권의 오락가락 정책발표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 지 패닉수준에 이르게 됐다.
이런 혼돈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해 일부 항목을 소급 적용하기로 하고 올 상반기 다시 세법 개정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당정은 자녀 및 노후연금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폐지했던 출산공제도 부활키로 했다고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촌극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연말정산 파문과 관련해 “납세자가 부당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반드시 시정되도록 하겠다.”면서 “국회 차원에서 국민 여러분께 매우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민에게 불편을 드리고 또 부담을 드린 점에 송구스럽다.”고 했다.
정부 여당이 부랴부랴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어 자녀세액공제 상향 조정, 출산공제 재도입 등 5가지 연말정산 소급환급 대책에 합의했다.
이렇게 당정 간 손발이 빠른 적은 일찍이 없었다. 국민 분노가 입에 발린 사과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위중한 인식이 깔려 있음을 느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러나 그들은 1년여 전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세법 개정안을 무려 245대 6으로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소폭의 증세 대신 정부가 내놓은 5500만 원 이상 근로소득자들의 세액공제 전환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던 것이다. 현재 당정이 기준으로 제시한 5500만 원이라는 중산층 기준도 모호하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와서 선거를 의식해 그동안의 입장을 확 바꾼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당이 정부에 속았고 사태의 책임도 물론 정부에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이번 논란은 정부의 정책설계 잘못 탓이므로 올해부터 잘못된 것을 시정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파렴치한 일이다. 청와대에선 세액공제 전환으로 생기는 일시적 착시현상이라고 설명하지만 국회에선 계산도 안 해보고 막무가내다.
더구나 소급 적용 카드를 쉽게 꺼내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법치주의는 법적 안정성과 신뢰성이 근간이 되는 시스템이다. 법률을 소급 적용한다는 것은 예측 가능성을 깨뜨리는 최악의 방편이다. 소급 적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법을 경시하고 법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사회가 된다는 것은 뻔하다.
납세자에게 유리하면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일부의 시각도 있긴 하지만 잘못된 관행만 심어주게 된다. 또 세법개정 과정에서 세법은 누더기로 변해갈 것이 뻔하다.
이 일로 다시 증세문제가 표면위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 전문가들조차 국민 입장에서 부담이 늘었다면 증세로 봐야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증세없는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논리에 너무 사로잡힌 나머지 묘수를 풀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지만 형평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면 개편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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