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 日 時 論] 새 대통령, ‘겸손’보다 나은 덕목 있을까
[忠 日 時 論] 새 대통령, ‘겸손’보다 나은 덕목 있을까
  • 강재규 부국장
  • 승인 2007.12.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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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대선 레이스는 모두 끝났다. 결과는 이명박 후보의 압승.
출구조사 결과 확연한 스코어 차이 탓에 다소 싱겁게 마무리되긴 했지만 당사자측이나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아직도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터이다.
하지만 관전자 입장에서는 한바탕 잔치가 끝난 뒤의 공허감에 약간은 일손이 잡히지 않는 이도 있을 것 같다.
워낙 먹고 살기 힘든 탓에 탈 이념 대결이 뚜렷한 가운데서도 보수진영은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선점하여 보기 좋게 대승을 거두며 범여권 제 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을 넉다운 지경에 이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해당 제 정파(政派)들이 대선 후폭풍에 향후 진로모색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에서 읽혀진다.
지난 정권들이 자행한 국정실패에 대한 응징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심에 의해 표출된 선거라 해서 틀리지 않을 듯 싶다. 후보의 온갖 도덕성 공방 속에서도 견뎌내게 했던 기둥 역시 민심이 제공한 것이었다.
민심을 십분 반영할 향후 이명박 정부는 그의 말대로 실용정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의 선거 모토대로 ‘말 잘하는 대통령’ 보다는 ‘일 잘하는 대통령’으로서 5년간 열심히 일해주길 바라는 마음 온 국민이 다 같을 것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역대 대선 당선자들이 당선 직후 일성으로 하는 말은 언제나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겸허히 일하겠다’는 것이었지만 5년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나서는 뒷 모습, 그리고 임기말의 동강난 지지율 등 부끄러운 자화상뿐이었던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초심을 잃으니 자고(自高)해지고, 오만해지는 것이다.
오만해지면 민심은 싸늘하게 돌아서게 돼 있다. 참여정부를 선택했던 국민들이 실망감이 더 컸던 것도 그들의 교만함 때문이었음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그래서 새 대통령 당선자 역시 ‘겸손’보다 더 나은 미덕은 없을 듯하다.
이명박 당선자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 롯데호텔에 머물며 출구조사를 지켜본 후 압도적 당선을 확인한 뒤 들른 곳은 한나라당사에 마련된 중앙선대위 개표 상황실도, 같은 건물 윗층의 기자회견장도 아니었다.
바로 가회동 자택으로 향하는 모습을 근접촬영한 텔레비전 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그가 자택안에서 무엇을 하고 나왔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독실한 신자임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미리 와 기다리던 자신이 다니는 교회 목사로부터 축복기도를 받았지 않았나 싶다. 적어도 기자는 그렇게 단정한다.
아무리 제왕이라 할지라도 멘토나 정신적 지도자의 영험한 지도를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과거 통일 이스라엘의 위업을 이룬 다윗와 역시 사무엘 선지자의 말을 듣고 행할 때는 늘 전장에서 이겼지만 그의 말을 거스를 때는 정반대였던 것을 성경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당선자가 회견에 앞서 하늘 앞에 조용히 기도하며 백성을 위해 진정 먼저 할 일이 무언지 명상하는 모습도 잠깐 볼 수 있었다.
의도적이었든지 아니었든지 선대위와 당직자들에게 낮은 자세를 강조해온 이 당선자가 ‘겸손모드’를 끝까지 견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 잘하는 사람이 기왕에 겸손하게 비춰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국민 앞에 겸손보다 더 나은 덕목이 어디 또 있을까 싶어서다.
국민을 섬기며, 잘 살게 해주겠다는 이명박 당선자의 일성을 지켜보며 그가 5년 뒤 박수 받으며 청와대를 나서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기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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