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丙申年, ‘살림살이 나아질까’
[김강중 칼럼] 丙申年, ‘살림살이 나아질까’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5.12.0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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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을미년이 저물고 있다. 병신(丙申) 새해는 국운이 융성해 국태민안하길 희망해 본다.
돌아 보니 감회가 새롭고 유독 어려운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출발’의 3월에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한민국의 서광이 비추는가 싶었다. 이런 기대는 4월 들어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으로 혼동과 절망의 늪으로 빠졌다.
5월로 접어들자 전국을 휩쓴 메르스 공포는 대한민국을 그로기 상태로 몰고 갔다. 그러더니 8월에는 휴전선 목함지뢰가 터지고 대북방송으로 응징하자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폭염에 국민들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곡절 끝에 이산가족 방문과 남북교류로 봉합하더니 9월에는 여당의 공천파워게임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다사다난’의 연속이었다.
12월 들어서 차벽과 물대포에 맞선 민노총의 폭력시위는 보·혁(保·革) 갈등의 대립구도를 더욱 강고히 했다.
역술가들은 목(木) 오행의 말(午)띠 해와 양띠(未) 해가 만나면 ‘병(病)사(死)궁’에 ‘고(庫)장(藏)지’란 예언 때문일까. 이같은 일련의 ‘죽어라’란 사태는 세운을 입증하고 남았다.
혹독했던 을미년도 ‘이 또한 지나 가리라’는 말처럼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비켜나고 있다.
필자도 바둑 복기하듯 한 해를 돌아보니 지난해 이맘때의 글이 떠 올랐다. ‘을미(乙未)년을 희망한다’는 글에서 ‘혼란과 험난’할 것이란 전망을 반신반의하며 전했던 기억이 새롭다. 을미년의 ‘미(未)’는 음력 유월을 뜻하고 ‘삼복더위에 불과 같은 뜨거운 흙’으로 비유됐다. 가혹한 시련이 따르고 혹자는 지난해 갑오년이 사지(死地)였다면 을미년은 묘지(墓地)로 향한다는 예측은 섬뜩했다.
이런 예측대로 정치는 부재했고 경기 불황은 심화됐다. 메르스와 남북한의 긴장고조, 가뭄과 사회 갈등의 고통도 과히 빗나가지 않았다.
병신년은 국운의 변곡점이 될꺼라하니 반갑게 맞을 일이다. 그러나 올해 못지 않게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병신, 정유, 무술  향후 3년은 지지(地支)엔 금(金), 천간(天干)에 화(火)의 오행으로 나무가 꽃을 피우고 벌목해 새집을 짓는 운세라 한다.
더운 여름을 지나 결실의 가을을 맞은 형국이고 큰 변화가 예상된다. 새 세상이 열리고 국운상승 기운이 깃든다고 한다. 한반도 운세는 머잖아 통일 또는 상서로운 일이 일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그렇지만 나무를 도끼로 찍는 격이어서 변화에 따른 성장통을 수반할 것이란 전망이다.
예측된 이런 우리의 문제는 통합과 화합으로 해결해 나가면 될 일이다.
그렇지만 격절스런 국제환경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연내 단행될 것으로 보여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다.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들의 투자해 설립한 연준(聯準)은 연내 금리를 1차 인상한 뒤 내년 4월에 추가인상을 할 것이란 예상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런 금리 인상은 장기불황의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역술이 아니래도 경제 지표만 봐도 고통은 예측된다. 가계는 물론 민간, 공기업 막론하고 정부 마저 위험수위에 처한 빚이 문제다
여기에 이윤보다 이자가 더 많은 한계기업 3000여 개, 하우스 푸어 240만 명은 경제 뇌관이다. 유가 폭락과 지니계수의 악화도 경제침체를 거들 전망이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은 어떠한가. 청년실업 100만 명 시대 고용절벽은 ‘헬조선(지옥 대한민국)’ 그 자체다. 이런 조롱도 아랑곳 없이 신기남, 윤후덕 ‘국해(國害)의원’의 금수저 논란은 가히 헬조선이다. 민주화 운동권 출신 노영민 의원의 ‘한푼 줍쇼’ 책 팔기는 거의 조폭 수준이다.
정부도 어금지금 다를게 없다. 사라진 준조세 성금과 기금으로 청년실업을 해결한다는 발상은 기발하지만 남세스럽다.
긴축재정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세수를 확대하면 될 일이다. 담배, 소주값 올리듯 법인세, 양도세, 상속세 등 직접세를 증세하면 된다. 재정 확대와 소득 불평등도 해소될 것이다.
경제 발목을 잡는 요인은 또 있다. 우리 인구의 14.7%에 해당하는 베이비 부머(740만 명)의 은퇴다. 이들의 실업은 우리 경제의 암초가 될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30~40년을 놀수 없어 생업과 소일을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 것이다. 결국 기존 540만 명의 자영업자들과 제살깍기 경쟁으로 폐점의 악순환은 뻔한 일이다.
이 뿐인가. 부동산의 폭락의 우려다. 정부는 경기진작을 내세워 ‘빚내서 집을 사라’고 독려했다. 차제에 건설사들은 ‘떨이 분양’의 기회로 삼고 ‘마지작 털기’에 열중이다. 그 피해가 누구에게 전가될 것인지 금리가 인상되면 곧 알 일이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국내 해외자본의 이탈도 배제할 수 없다. 1997년 IMF,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긴축 발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생을 제쳐 둔 정치권은 내년 총선과 다다음해 대선에만 혈안이다. 이런 큰 변화와 위기는 성찰의 기회가 될지, 우리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게 될지 분기가 될 것이다.
잉여사회 탓일까. 정부 정책에 초연한 삶, 각자도생을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주변과 옆사람이 불행한데 나만 행복할 수 없는게 인간사회다.
이런 빈부, 이념, 세대 간 간극으로 큰 패러다임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 경제학자 맹커 올슨은 정권을 ‘유랑 도적단’이라고 했겠는가.
연초 대학교수들은 사자성어로 ‘정본청원(正本淸源)’을 선정했다. ‘근본을 바로하고 근원을 맑게 하자’는 바람은 공념불이 됐다.
재주가 많은 붉은 원숭이 ‘병신년’, 국운이 든다하니 서민들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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