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환은행 넘겨주고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사설]외환은행 넘겨주고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 충남일보
  • 승인 2008.01.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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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레이켄 론스타펀드 회장이 재판을 받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재판에 앞서 그레이켄 회장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잘못이 없으며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론스타가 외환카드의 주가조작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했느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직전인 2003년 11월 외환은행과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외환카드의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키고 허위 감자 계획을 유포해 주가를 떨어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외환카드 주가는 감자 계획을 발표한 뒤 6700원에서 2500원까지 떨어졌고 외환은행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외환카드를 합병할 수 있었다.
만약 론스타의 주가 조작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이 박탈된다. 문제는 이제 와서 대주주 자격이 박탈돼 봐야 팔고 떠나면 그만이라는데 있다. 이는 론스타 입장에서는 기꺼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하루 빨리 팔고 떠나고 싶은 마당에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원천 무효로 하고 인수 시점으로 돌아가 인수 대금에 이자만 지급하고 나머지 시세차익을 환수하는 방법도 있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와 법원의 의지에 달린 일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미 기업하기 좋은 나라, 금융 시장 개방 등을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데이비드 엘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은 최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익금은 본국 송환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로 번 돈을 본국으로 가져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주식 양도차익의 경우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데 있다. 소액 주주들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지만 대주주는 1년 이하는 30%, 1년 이하는 20%를 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외환은행의 실질적 대주주인 론스타펀드 4호는 본사가 벨기에에 있는데 벨기에는 우리나라와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론스타는 우리나라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벨기에는 주식을 비롯해 자본이득에 대해 세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론스타는 우리나라나 벨기에나 그 어디에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론스타는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었고 론스타의 탈세는 분명히 합법적이다.
그레이켄의 자신감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다. 만약 그레이켄이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이 피의자가 아닌 그를 강제 소환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런 그가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 검찰은 그를 곧바로 출국정지시켰고 강도 높은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명박 정부의 의중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은 5조5000억원에 이르는 론스타의 시세차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민족주의로 국부유출을 막지 못하며 이번 재판을 통해 밝혀야 할 핵심은 투기자본의 은행소유 허용 여부라는 점이다.
정부는 지나간 일을 안타까워하고 감정적인 분노를 토해내는데 그칠 게 아니라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교훈을 얻어야 하며 이제라도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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