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없어서 병원 못 가는 시대 오나
[사설]돈 없어서 병원 못 가는 시대 오나
  • 충남일보
  • 승인 2008.01.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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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BBK 공방으로 허송세월했던 탓에 우리는 우리가 어떤 대통령을 뽑았는지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늘고있다.
이는 이명박 당선인과 새정부가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보험지주회사 도입 등 철저하게 삼성만을 위한 정책변화를 지향하면서 나오기 시작한 말이다.
지금 삼성은 여전히 그들에게 우호적인 언론에게 관고를 집중하고 그렇지 못한 언론에게는 단 한건의 광고도 주지 않는 등 언론을 장악하는 전근대적인 수단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때문에 정권 교체의 일등공신인 보수·경제지들은 철저하게 시장 원리로 굴러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바람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과연 기득권 계층 뿐만 아니라 경제 주체 전반에 그 혜택을 골고루 나눠줄 것이냐 하는 점이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는 공공의료가 붕괴하면서 시장에 내몰리게 된 미국 ‘의료산업’의 끔찍한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식코는 바다 건너 불 구경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머지않은 미래에 닥쳐올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 관련 공약은 미국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영화 식코에 나오는 릭은 집에서 나무를 자르다가 전기 톱에 손가락 두개를 잘렸다. 병원에서는 중지는 6만달러, 약지는 1만2000달러가 든다고 한다. 두 손가락을 모두 붙이려면 7만2000달러, 환율 950원으로 계산하면 우리 돈으로 6840만원이 된다. 릭은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돈을 모두 직접 물어야 한다. 릭은 결국 중지는 버려두고 약지만 붙이기로 한다.
지금 이 당선자는 의료산업 강력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민영보험 활성화와 영리법인 병원 설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사실은 선거 과정에서도 “보건의료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의료산업화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지만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이 당선자는 대한의사협회의 보건의료 정책 질의에서도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개선하고, 의료인이 전문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치료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민영화가 진행돼 건강보험을 받지 않는 병원이 생겨나면 의료 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확산되기 시작하고 미국처럼 의료 양극화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때문에 저소득층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의료 양극화를 현실화하는 이런 주장이 이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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