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정신질환 범죄의심자 강제입원 능사 아니다
[월요논단] 정신질환 범죄의심자 강제입원 능사 아니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6.05.29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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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남자 둘이 양쪽 팔을 끼더라고요. 제복을 입고 있어서 잠결에 경찰인 줄 알았어요. 끌어대니까 꼼짝없이 끌려갔죠” 이상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한 피해자의 증언이다.
이 끔찍한 일은 최근 한 지상파 방송에서 정신병원에 7년 동안 강제 입원 당했던 한 남자의 사연과 그와 관련된 법 실태에 관한 방송이다.
피해자는 2008년 어느 날 아내와 부부싸움 후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가 정신질환자로 몰렸다. 그들은 다짜고짜로 피해자를 끌고 나가 구급차에 태웠고 그가 도착한 곳은 지방의 정신병원이었다.
그 날부터 멀쩡했던 사람이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아무런 연락도 되지 않는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갇혀 7년 동안을 지냈다. 생각만 해도 끔찍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악몽이었다.  
병명도 알지 못하고 성분도 알 수 없는 약을 매일 먹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피해자를 강제입원 시킨 것은 그의 가족이었다. 부인은 평소 남편의 음주와 폭행에 견딜 수 없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 지인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리고 이상한 것은 병원 기록에는 그 남편이 ‘스스로 입원’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러면 왜 ‘스스로 입원’한 사람이 7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나오지 못했을까?
현행법인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에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 있는 경우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환자 이송수단인 ‘사설 응급이송업체’와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해 환자를 강제입원 시킬 수 있는 ‘정신병원’ 의사들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입원시켰을까?
결과는 충격적이다. 국민들은 보건의료행위시 의료진으로 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동의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는데도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자기결정권이 박탈된 셈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 2항의 위헌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론이 계류 중이다. 정신보건법 24조의 강제입원 조항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강제입원의 조항이 폐지된다면 정말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어 우려도 된다. 그렇다면 부당한 강제입원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이런 위헌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강제입원의 피해자들은 강제 입원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한다. 얼마 전 서울 서초동 강남역 상가 공중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범행에 의한 여성 혐오의 피살극으로 보는 해석이 우세한 가운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다짐이 전국에서 거품처럼 일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의 입원 등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경찰청장도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를 발견하면 행정입원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기도 혔다.
행정입원은 범죄 가는성의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전제하에 경찰은 의사에게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요청하면 해당 의사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하는 제도다.
하지만 긴급 상황이 발생 때는 종전처럼 72시간 이내에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응급입원제를 병행한다.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는 결론의 틀에서 정신질환자 대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다. 또 범죄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의심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판단 잣대도 문제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한 가지 기준으로 판정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의견이다.
따라서 점검표에 의존해 입원을 결정하려는 경찰의 조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칫 오판하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통념과는 달리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비정신질환자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처럼 악용 사례가 잦은 탓이다. 법적 절차를 밟아도 인권침해를 낳는 판에 길거리에서 범죄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만을 콕 찍어 낼 수 있겠는가. 서울 서초동 강남역 상가 공중 화장실 여성 피살사건 피의자도 정신분열증 환자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범죄 우려의 구분이 쉽지 않다. 물론 실질적인 위험성을 가진 정신질환자의 격리는 마땅하다. 그렇다고 정신질환자에게 범죄자라는 편견의 굴레에 덧씌워서는 안 된다. 오히려 치료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정신질환자도 도외시할 수 없겠지만 안전 위협 요인들을 더 철저히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빈틈없는 치안은 중요한  정책이다. 사고가 터지면 사후약방문으로 대책을 쏟아내는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
비극이 생기기 전에 안전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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