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안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사설]태안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08.01.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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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에 맞서서 이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국민들의 식지않은 열정이 태안사태를 통해 전세계가 감동하고 있다.
해안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사고발생 40일이 채지나지도 않은 시간에 자원봉사물결이 100만명을 넘기면서 오염된 해안이 거짓말처럼 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런 희망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지금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가 순식간에 주저앉고 지역민들은 무너진 생계터전을 이제 떠나려고까지 하고 있다. 지금 태안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나 간접적인 생계와 관련된 분야 할 것 없이 모두가 무너진 터전의 한복판에서 절망과 맞서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침묵하고 있고 여전히 하루 벌어 살아가는 주민들 손에는 지원자금 한 푼도 쥐어지지 않고 추위속에 방치된 상태다.
정부에서 지자체로 내려 온 자금이 주민 손에까지 오기에는 시일이 더 걸릴 예정이고 더구나 국민들의 따뜻한 성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주변에서는 즉시 지급을 한 후 나중 정산방식을 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일단 사람부터 살려 놓아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격앙한 주민들은 급기야 가해자 본사인 서울로 상경해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으며 이때문에 지역민심은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
그러나 금만 주의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였을지라도, 정부의 소극적이고 안이한 대응으로 피해가 턱없이 커졌을 지라도, 허술한 방제체제로 제대로 방제작업이 이뤄지지 못해 화가 날지라도, 주민들의 시름을 달래주고 더럽혀진 자연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갯벌에서 바위틈에서 인간띠를 만든 국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에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과 생명을 볼 수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닌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정성으로 먼 길을 마다 않고 자발적으로 달려온 이들은 바로 우리의 힘이며 희망이다.
예상치 못했던 사고였지만 원인은 결국 인간의 부주의와 방심이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분명한 인재라는 뜻이다.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한 무질서 의식, 위험 불감증, 방제대처 시스템의 부실 등이 곧 재앙의 씨앗이 됐다. 또 너무 안이하고 소홀한 사후 수습책으로 그보다 몇 배 큰 피해를 부르는 결과를 낳았다.
태안은 지금 생명과 죽음 사이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생명이 다 죽은 뒤에 완전복구란 있을 수 없다. 생명을 살리는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눈에 보이는 기름은 씻겨 졌지만, 갯벌과 어민들의 삶 속을 강타한 상처는 오히려 크고 깊어지고 있다. 기름 오염으로 생계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연이어 삶을 포기하고 5만 가구에 이르는 피해 주민들은 당장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기에도 숨가쁜 상황이다.
서해안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만큼 정부는 어민들의 생계 및 생존 대책을 최우선적으로 세워야 한다. 더는 탁상공론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시급히 현실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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