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정책 앞으로 더 독해진다
금연정책 앞으로 더 독해진다
흡연으로 인한 설암 피해자 ‘증언형 광고’ 송출
  • 김인철 기자
  • 승인 2016.12.11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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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시행하는 증언형 광고. 왼쪽 사진은 ‘숨구멍을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경고가, 오른쪽 사진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녹음해 두세요. 할 수 있을 때.’라는 경고가 쓰여 있다. [미국 CDC 홈페이지 캡처]

자기 집 안에서도 금연 추진, 실내흡연공간 사라질듯
정부, 학교 주변 50m지역 ‘절대정화구역’ 지정 검토

강력한 비가격 금연정책인 담뱃갑 경고그림 제도가 오는 23일부터 시행되는 데 이어 더 독한 금연정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께 설암 피해자의 ‘증언형 광고’(K-Tips)를 송출하고, 내년부터는 실내 금연구역을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 체육시설까지로 확대한다고 11일 밝혔다.
학교 주변 소매점에서 담배 광고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자신의 집 안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담배 때문에 제 모습이 이렇습니다” 증언형 광고
증언형 광고는 흡연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가 직접 출연해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는 방식의 텔레비전 광고다.
국내에서는 흡연으로 인한 설암(혀에 생기는 암) 피해자를 섭외해 광고를 제작 중이다.
미국은 2012년부터 ‘전(前) 흡연자의 조언’(Tips)이라는 증언형 캠페인을 도입했다. 암, 뇌졸중, 후두암 등 흡연으로 인한 질환자뿐 아니라 임산부, 금연 성공자 등이 자신의 사례를 밝히는 방식이다.
목 아래쪽에 구멍이 뚫려 있는 사람이 면도하는 사진에 ‘숨구멍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산소호흡기를 쓴 채 힘겹게 숨을 쉬는 청년의 사진에 ‘간접흡연이 중증 천식의 위험을 높인다’는 메시지가 쓰여 있는 형식이다.
미국의 금연시도 비율은 금연 캠페인 이후 12% 상승했으며, 흡연자에 대한 금연 권고 비율이 2배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1만7000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한 것으로 미국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흡연자를 위한 실내공간은 없다
흡연이 널리 용인되던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내년 말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은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실내 체육시설’로 규정돼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국민건강증진법은 이런 실내 체육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
2015년 기준으로 등록·신고돼 있는 실내 체육시설은 총 5만6000곳이다. 이 중 당구장이 2만2000곳, 체육도장(태권도장 등)이 약 1만4000곳, 골프연습장이 약 1만 곳 등이다.
당구장의 금연시설 지정은 2011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당시 논의된 적이 있었으나 관련 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 과정에서는 당구장협회, 한국골프연습장협회 등 관련 단체가 금연구역 지정에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유흥업소 등 아직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실내 시설도 장기적으로는 금연구역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 집에서 내가 피우겠다는데… “그래도 안 돼”
실내 구역 중에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기 어려운 ‘가정집’도 주민의 자율에 맡겨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복지부는 9월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행 석 달 만에 아파트 12곳이 참여했다.
그러나 개인의 공간인 집 안까지는 정부 당국이 규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토교통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아파트의 베란다 등에서 흡연할 경우 위·아래층 주민이 간접흡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주민 자치조직이 이런 상황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층간소음 민원을 주민 자치기구에서 조율하듯이, 층간 간접흡연도 주민 자치기구가 조율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학교 주변 50m는 ‘절대정화구역’ 지정 검토
복지부는 학교 주변 50m를 ‘학교절대정화구역’으로 지정해 소매점의 광고 포스터나 계산대 근처의 소형 광고판 등 담배광고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소매점 광고 등이 청소년들이 새로 흡연자가 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담배에 향을 더하는 톡 터지는 캡슐 등이 마치 사탕처럼 청량감을 주는 것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광고를 적게 접할수록 청소년이 흡연자가 될 우려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된다.
정부는 이 밖에도 전자담배·비타스틱 등 담배와 유사한 제품을 규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담뱃갑의 디자인을 정부가 지정해주는 ‘무광고 포장’(플레인 패키지·민무늬 포장) 등 금연정책 선진국의 해외 사례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충남일보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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