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암탉이 날개 아래 병아리를 품는 한 해
[충남시론] 암탉이 날개 아래 병아리를 품는 한 해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1.25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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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은 붉은 닭띠의 해다. 십이지의 열 번째 동물이자 유일하게 날개가 달린 동물이다. 굳이 시간대로 따진다면 오후 5시~7시 사이를 가리킨다.
닭은 채 밝지 않은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는 ‘꼬끼오’란 요란한 울움 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닭은 오래 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길러 온 가축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 중 하나다.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생활해 온 동물인 만큼 우리 국토의 지명에도 닭과 관련한 유래와 전설이 다양하게 전해지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140만여 개의 지명 중 닭과 관련된 지명은 총 293개다.

지금까지 집계된 십이지 관련 지명 중 용은 1261개, 말 744개, 호랑이 389개에 이어 네 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닭이다. 대표적인 지명은 ‘계명(鷄鳴)’이라고 해 닭이 우는 모양 혹은 닭이 울고 날아갔다는 데서 유래했다.

또 ‘닭의 발’을 닮아서 이름 붙여진 ‘계족산’, 능선이 닭의 볏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계룡산’ 등 닭의 모습과 관련된 지명이 전국에 두루 분포되어 있다.
이처럼 십이지에 따라 돌아오는 ‘설’ 명절은 음력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의 첫 날이다.

그리고 한 해의 최초 명절이기도 하다. 해가 바뀌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첫 날인 ‘설’을 쇨 때마다 모든 사람은 한 살 씩 더 먹게 된다.
그래서 설을 한 번 쇠면 1년이, 두 번 쇠면 2년이 되는 이치에 따라 사람의 나이도 한 살씩 더 늘어 나게된다. 결국 ‘설’이 사람의 나이를 헤아리는 단위로 정착되면서 오늘날 ‘살’로 바꼇다.

이런 설 명절이 옛날에는 하루에 그치지 않았다. 실제 명절은 대보름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설날과 보름명절을 크게 여겼다. 한 해의 시작인 정월 초하루는 천지가 개벽될 때의 그 순간에 비유될 만큼 최대의 명절였다.
보름명절 가운데도 정월 보름과 8월 보름 추석도 각별한데 정월 보름은 첫 보름이라는 점에서 대보름명절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8월 보름명절은 우리나라 처럼 농경국가에서 여름내 지은 농사의 결실을 보는 시기로 수확을 앞둔 명절이어서 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내일이 지나면 음력 설을 맞는다. 섣달그믐이 지나면 그 다음날이 바로 설이다.
음력 새해 첫 달은 언제나 그랬듯 미처 떨쳐버리지 못한 과거에 대한 미련과 새해 각오가 충돌하는 싯점이여 운명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점집을 찾는 사람들도 그래서 많다.
음력 설에는 모든 사람들이 떡국을 먹으며 새해를 맞는다. 따뜻한 고깃국물에 쫄깃쫄깃한 흰쌀 가래떡을 솜씨있게 잘 쓸어 갖가지 고명을 얹어 서로 떨어져 있던 식구들과 한자리에 모여 먹으면 새해의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설의 떡국 한 끼는 곤핍하던 마음을 녹게 할 것이다. 그럴 때 마다 거칠고 공격적인 마음도 떡국 한 그릇이 온화하게 할 것이다. 이번 설에는 떡국을 먹으면서 행복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나누면서 복을 모두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 어쩌면 희망이니 행복이니 하는 것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지도 모른다.
설 떡국 그 자체가 주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행복을 주었으면 좋겠다. 설과 함께 지내는 제사에서 음복은 곧 ‘복’을 먹는다는 조상의 뜻이 담겨 있는 것처럼 설 떡국도 복을 누리자는 뜻은 함께하는 음식으로 사랑을 채우게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떡국의 전통은 지역 특성에 따라 조리법도 서로 다르다. 경기도는 떡국과 만둣국을, 강원도은 떡국, 만둣국, 밥을, 충청, 경남, 전남은 떡국을 전북, 경북은 밥을 설 상에 올린다.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며 먼저 간 조상과 자손이 함께하는 아주 신성한 시간에 떡국은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설날에는 설빔으로 옷도 갈아 입는다.
세찬으로는 떡국, 식혜, 수정과, 약식, 편육, 빈대떡, 만두, 세주 등도 만들어 식구들 끼리 나눠먹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의 설날은 과거에 비해 많은 예절의식이 사라져 가고 있다.

서로 나누고 베풀면서 더불어 살 줄 알았던 아름다운 풍속은 점차 사라져가 아쉽다. 정유년을 맞아 암탉이 날개 아래 병아리를 품음같이 우리 모든 사람들도 서로 흠 뜯지 말고 사랑으로 서로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
사랑의 날개, 말 못하는 닭의 뜻과 정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행복한 한 해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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