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절벽위에 선 2030의 절망
[한내국 칼럼] 절벽위에 선 2030의 절망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3.23 18: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회남자 설산훈(說山訓)에는 하나의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해가 장차 저물어가는 것을 알고(見一落葉而知歲之將暮), 병 속의 얼음을 보고 천하에 추위가 닥쳐옴을 아는 것은 가까운 것으로써 먼 것을 논한다는 기록이 있다.
인구절벽, 취업절벽... 절벽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이상한 용어가 아니게 됐다. 일상에서 그만큼 다반사가 됐다는 얘기다. 이는 특히 2030세대를 두고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절벽 위에 선 한국을 다른 이름으로 표현한 것이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030의 무너진 희망을 다반사라고 표현한다면 이처럼 잔혹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진학한 대학에서 하고픈 학문도 또 즐길 권리인 낭만도 포기한 채 오로지 취업으로 향한 이들 세대의 바람을 들여다 보면 참혹 그 자체다.
취업불안으로 졸업을 기피하고 휴학을 밥먹듯이 하면서 학비조달에 대부분의 학창생활을 아르바이트전선에서 보내야 하는 현실, 자녀 기르기가 부담돼서 결혼을 늦추는 만혼의 일상화 등은 마치 우리 젊은 세대가 절망의 늪에 놓인 형국이다. 절벽 위에 선 2030세대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더욱 참혹하다.

최근 시행한 9급 국가공무원 시험에 역대 최대인원인 22만8369명이 몰렸다. 대학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적성과 학과를 불문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라는 신조어가 캠퍼스에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정년보장이라는 안정성과 국가살림이 넉넉해지면서 각종 복지 혜택이 민간기업보다 나아졌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몇십년 전만 해도 과연 지금처럼 인기가 좋았을까? 그렇지 않았다. 급여 등 여러 조건들이 금융기관을 비롯한 민간기업보다 열악해서 지금처럼 인기가 대단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도 한때 자원이 모자라 고등학교 졸업자 중에서 선발 단기간 교육 이수 후 교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중등학교 교사와 같은 4년이 아닌 2년 졸업으로 졸업과 동시에 발령을 받았으니 졸업이 곧 실업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요즈음에서 보면 꿈 같은 이야기다.

지난달 집계된 취업률을 보면 이같은 절벽이 더욱 실감난다.
지난달인 2월 전체 실업률은 5%,1월 3.8%보다 1.2%포인트 급등했다. 5%대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이후 7년 1개월 만이다. 2월은 대학교 졸업과 취업 시즌이 시작되고 청년층들이 채용 시장에 나오면서 실업률이 상승하는 계절적 요인이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취업에 도전한 청년들 상당수가 실업자로 잡혀 실업률이 급등했다.
실제로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2.3%로 한달전 8.6%보다 무려 3.7%포인트나 급등해 ‘취업 절벽’을 실감케  한다.
이런 가운데 20∼30대 가구주의 소비지출에서 식료품·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비·주거비와 같은 필수 지출이 늘면 가계의 여유 자금이 줄어 살림살이는 더 빠듯해진다.

엥겔지수를 통해 이들 비용이 증가하면 그만큼 못사는 경우로 분류된다. 먹고 입고 잠자는 공간비중이 늘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문화적 여유가 줄었음을 뜻한다.
지난해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별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2만3000원,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29만1000원으로, 식비·주거비에만 총 61만4000원을 사용했다. 39세 이하 가구주 소비지출이 257만700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3.8%가 필수 지출인 식비와 주거비로 묶여 있는 셈이다.
20∼30대 가구주와 40∼50대 가구주의 필수 지출 비중 격차가 최근 들어 더욱 확대되고 잇는 것도 문제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식료품·주거비 지출 비중은 2008년 22.6%에서 2009년 22.4%, 2010년 22.3%로 점차 낮아졌다가 2012년 23.6%, 2015년 23.7%, 2016년 23.8%로 올라갔다.

이런 직접적 원인은 20·30세대의 필수 지출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소득이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당나라 한 시인의 시(詩)에는  떨어지는 잎새 하나로 천하가 가을임을 알다(一落葉知天下秋)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곧  하나의 낙엽을 보고 곧 가을이 왔음을 알다( 一葉知秋)라는 뜻으로 사소한 것으로써 큰 것을 알며, 부분적인 현상으로써 사물의 본질이나 전체, 발전추세 등을 미뤄 알게 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우리 상황이 그렇다. 사드배치를 둘러 싼 중국과의 갈등으로 수출과 진출기업에 큰 타격이 오고있고 대통령이 탄핵되고 국정이 동력을 잃고 헤매도는 지금도 그러려니와 앞으로도 더 문제다.
하나를 보고 전체를 예단해서도 안될 것이지만 지금의 이런 현상이 다가올 더 큰 겨울의 징조라면 모두가 정신 똑바로 차리지 못 할 경우 다가올 더 큰 파도에 나라가 묻힐까 걱정이다.[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남영주 2017-03-25 15:52:07
마음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