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대선(大選)에서 재미 좀 봤죠”
[한내국 칼럼] “대선(大選)에서 재미 좀 봤죠”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4.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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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재미 좀 봤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한 요인의 하나로 행정수도 문제를 거론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행정수도’ 공약으로 충청도 표를 몰아갈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열세를 만회하고 충청도에서 돌풍을 일으킨 데는 행정수도 공약이 큰 몫을 했다.

처음 공약을 발표했을 때 중앙의 언론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1면에 취급하는 신문도 드물었고, 다뤄봤자 1단 기사로 취급할 정도였다. 그러나 충청권은 요동을 쳤다.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5%로 이회창 후보의 절반에 머물렀던 그의 지지도는 급상승했고, 마침내 정몽준과의 단일화에도 성공하여 대선을 승리로 마감했으니 행정수도 공약에 재미를 봤다는 말은 솔직한 표현이기도 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세종시가 만들어 졌다. 그리고 세종시는 이제 절반의 완성이 아닌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를 만들 계획을 추진중이다.
그동안 갈라진 부처와 기능은 수많은 공직자들이 서울로 세종시로 오가며 오히려 더 큰 행정남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져 왔다.
행정효율의 저하는 물론 이로 인한 낭비되는 시간과 예산 역시 천문학적 숫자다.

때문에 행정수도로 완성이 불가피해 진 세종시의 경우 모든 대선후보들로부터 약속을 받아 왔고 표를 의식한 후보들마다 대부분이 행정수도 완성을 약속한 상태다.
 그러나 당선용 약속임을 감안하면 이 역시 충청대망론과 함께 사라질 확률이 커지고 있다. 세종시 착공 10년,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 5년의 대차대조표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국가적 차원에서 외면할 수 없다는데 뜻을 모으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런 필요에 얼마나 충족될 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진 때문이다.

행정수도 완성의 핵심은 국가운영시스템의 비효율과 예산의 낭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사실 지금의 어정쩡한 상태로는 문제 해결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총리 공관과 집무실은 거의 비어있고, 장차관은 국회에 출석하느라 자리를 비워두고 있는 정부청사다.
그러니 간부급 공무원들도 어쩔 수 없이 서울 출장 중이며, 경제 관련 부처가 70%나 몰려있는 세종시인데 경제 관련 회의는 거의 서울에서 열리는 모순이 방치되고 있어 그 낭비가 결코 적지 않은 것이 문제다.

그래서 나오는 세종시 관련 대선공약의 핵심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것이고, 최소한 국회 분원이라도 설치하여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을 억제함으로써 행정력 낭비를 막자는 것. 물론 후보에 따라서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병행, 아예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공약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세설신어(世說新語) 가휼(假譎)편에는 조조(曹操)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위(魏)나라 문제(文帝)의 일화가 실려 있다. 동한(東漢) 말엽에 조조는 군대를 통솔하여 장수(張繡)를 정벌하러 나섰다. 행군 도중 날씨가 너무 더워 병사들은 지치고 심한 갈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마실 물을 찾지 못해 진군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조는 한참 생각하다가 묘책이 떠올랐는지 병사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외쳤다. 조금나 더 가면 앞에 큰 매화나무 숲이 있다(前有大梅林). 열매도 많이 달려 있는데, 그 맛은 달고도 새콤하다. 이제 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可以解渴).
병사들은 매화가 있다는 말에 입안에 곧 침이 돌았다. 모두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전진하였는데 얼마가지 않아 물이 있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望梅解渴(망매해갈, 매실을 생각하며 갈증을 풀다)은 잠깐의 술책이다. 병사들은 비록 술책에 넘어가 마실물을 얻었으나 세종시도 그럴까.

대선후보들의 세종시 문제해결 약속은 조조처럼 술책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 여겨도 된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로드맵을 잘 구상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누가 당선되더라도 정치권의 반발을 누르며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적돼 온 행정낭비와 예산낭비를 줄이는 것은 곧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당장 불편한 것은 정부이며 또 세종시민일 것이다.
완성이 갖는 의미만큼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그 약속들이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로드맵을 충실히 내실있게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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