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칼럼] 사드와 동맹, 위기의 정치학
[김인철 칼럼] 사드와 동맹, 위기의 정치학
  • 김인철 대기자
  • 승인 2017.05.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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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대통령의 파면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대한민국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위기의 한 고비를 지혜롭게 넘겼다는 우리 국민에겐 그러나 외교, 국방,경제 등 산적한 파도가 에워싸고 있어 숨돌릴 겨를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이 궐위된 두달동안 한국은 중국과 미국, 일본 그리고 북한에 휩싸여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상태라는 지적이 이해가 갈 만 하다.

광화문에 연인원 1700만 명이 넘는 촛불이 나라걱정으로 삭풍과 추운 밤을 지내 온 6개월 동안 한국은 무방비 상태로 험난한 파도 한가운데 놓여진 시간이었다.
그 사이 북한은 핵미사일 구축을 위해 쉬지않고 미사일을 쏘아 댔으며 다급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기습적으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설치를 감행했다. 명분은 북핵미사일로부터 주한 미군을 보호한다는 것이었고 당연 미국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중국이 경제적 압박을 통해 이를 무력화 시키면서 한국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가증스러운 것은 미국이다. 그들은 한국을 가리켜 침이 튀도록 ‘한국은 미국과 혈맹’임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뒤로는 사드배치 비용 12억 달러를 요구하면서 어지러운 한국민을 아연실색케 했다.
국민적 공감없이 거의 일방적으로 추진한 지난 정부의 사드배치 무리수가 이제 새로 뽑힌 대통령의 정부로 불똥이 튀게 됐다. 엄밀하게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협정의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사드 비용’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한국 측 카운터파트에 기존 협정을 지킬 것이라고 한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런 게 아니다. 재협상 전까지 기존 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 말을 지킬 것”이라고 답했다. ‘사드 배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도 “사드와 관계된 문제, 국방에 관계된 문제는 모든 동맹국들에게 할 것과 마찬가지로 재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에서 일단 물러서는 듯했던 미국 정부가 다시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국 내 여론이 들끓자 맥매스터는 지난달 29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다. 청와대는 두 사람의 통화 직후 “우리가 부지 및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미국이 사드 체계의 전개와 운영, 유지 비용을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맥매스터가 바로 다음 날 재협상 시사 발언을 한 것이다. 다시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당혹해졌다.
하지만 정부는 “사드 비용 문제는 한미 합의사항이고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에도 명시돼 있다. 재협상 사안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비용문제는 대통령 선거 토론에서도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었다. 새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토론에서 ‘다음정부로 넘겨라’고 했었다.

새로 들어 선 문재인 정부가 이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미국이 정부 라인을 통해 사드 비용 재협상을 요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사드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올 연말에 시작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리 측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하는데 사드를 협상 카드로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와 방위비를 지렛대로 삼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도 보복과 명분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한국에는 경제적 피해를 주면서 미국을 명분삼아 자국의 방어시스템을 확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다. 지금상황으로서는 한미 안보라인의 책임자들끼리 통화한 내용을 다 알 길은 없다. 또 미국 정부의 고위관계자 말이 왔다갔다하는 것이 미국대통령의 협상 스타일 때문인지, 아니면 정부 정책라인의 혼선인지 우리가 알 길은 없다.
한·미 두 나라는 오랜 세월 동맹관계를 지켜온 맹방인 만큼 북핵을 빌미로 벌어지고 있는 동북아 이해관계를 위한 효율적 방안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FTA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분명한 상태에서 새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매우 중요해 졌다.

폭풍의 한 가운데 방치됐던 이 배를 다시 구하기 위해 선장이 새로 선출된 지 이틀이 지나고 있다. 대한민국호를 이끄는 이 배가 폭풍우를 뚫고 배를 구하기 위해서는 사투를 벌어야만 한다. 살아남고 새로운 항해를 꿈꾸어야 하는 절명의 시간이 지금이다. 이제 국민이 힘을 모아 새로운 에너지를 이들 새 정부에 주어야만 한다.[충남일보 김인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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