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칼럼] “대전충남이 호구냐 핫바지냐”
[김인철 칼럼] “대전충남이 호구냐 핫바지냐”
  • 김인철 대기자
  • 승인 2017.07.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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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이후 대전과 충남에서 들리는 자조섞인 말이 ‘우리가 호구냐 핫바지냐’라는 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두 달여 동안 내각인선이 본격화 됐지만 대전과 충남 유력인사들이 발탁되지 않은 때문이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늘 따라다니는 말이 ‘논공행상’이다. 말인 즉 선거에 얼마나 기여했느냐에 따라 공과를 배당받는 것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주요 자리를 천거함에 있어 학연과 지연, 기여도 등을 따지는 것이 요즘 시기에 넌센스이지만 ‘코드’를 맞추는 일은 곧 그 집단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대전충남 홀대론에 대해선 불만이 많다. 영호남처럼 ‘본때’를 보여주지 않아서인가 하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래도 지역민들은 ‘혹여나’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인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장관후보자들이 모두 추천되면서 막바지에서야 ‘호구’라는 인식을 갖게됐다.

새 정부의 1등공신 반열에 대전, 충남인사가 없어서도 아니다. 대전도 그렇고 충남도 그렇다. 하지만 돌아온 밥상은 매우 초라했다. 대변인 1명과 행정관 1명이 고작이다. 대전에는 아예 없다.
이런 바람과 불만은 그러나 때마다 시마다 나오긴 했다. 대통령 한 명 배출하지 못한 지역이 충청권이긴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충청권 홀대론이 나왔다.
지역 홀대론은 우리 지역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호남은 늘 영남과 비교하며 서운해하고, 영남에서조차 남북을 따지며 홀대론이 나온다. 충청과 영호남 외에도 경기와 강원도도 있다. 모든 지역을 만족시키는 ‘대탕평’은 있을 수 없고 그 때마다 서운함이 어느곳이든 작용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번도 그렇다.

그저 그런 것이 아니고 아예 그렇다.새 정부의 인재풀은 호남과 영남에 집중됐고 그곳에는 충북지역도 포함됐다. 하지만 여타지역은 너나없이 홀대론이 들만하다. 유독 대전은 서운함이 더 큰 지역이 됐다. 조건없이 밀어주고도 잔치상엔 끼지도 못한 채 뒤에서 구시렁대고만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많은 사람들이 충청도는 영호남처럼 한 정당이나 대통령 후보감을 호되게 질책하거나 확실하게 밀어주면서, 무시하지 못하도록 단결력을 보일 수 있는 지역은 아니라고 말한다. 엉겨붙어 으름짱 놓고 대놓고 자극하면서 본 때를 보여주지 않는 성향탓도 한 몫을 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인재풀’이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없어졌고 그나마 각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들도 자신의 입지는 물론이려니와 후배양성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천거하려 해도 마땅한 인재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새정부의 주요보직을 살펴보면 이건 숫제 ‘무시’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호남 30명, 영남 28명, 충청 13명이다. 차관급 후속 인사에서도 영남과 호남은 각 3명이었고 충청(충북)은 1명이었다. 차이는 더 커졌다. 충청은 호남 인구 비율이 비슷한 데도 장차관 발탁 비율은 절반도 안 된다. 광주는 장관만 3명인데 대전은 차관까지 합해도 아직 0명이다.

장관과 지명자를 모두 포함해 지역별로는 영남이 유영민(미래),김부겸(행자), 조대엽(노동), 김영춘(해수), 정현백(여가), 백운규(산자), 박능후(복지) 등 7명이다.
호남은 김상곤(교육), 박상기(법무), 김영국(농림), 김현미(국토) 등 4명, 서울경기는 강경화(외교), 조명균(통일), 김은경(환경) 등 3명이다.
충청은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도종환 문체부 장관,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 등 3명이다. 김 부총리와 도 장관은 충북출신이며 송 후보자는 충남 논산출신이다. 대전 출신은 없다.

대전 충남이 이 정도까지 홀대받은 적은 없던 것 같다. 이러니 수많은 인재를 천거시키고 또 입각시킨 지역에선 아예 충청을 ‘핫바지’라고 부를만 하게 됐다. 입각할 자격이 차고 넘치는 이 지역 정치인들은 ‘호구’가 됐고 더 나은 세상을 열어줄 거라고 희망을 걸며 죽자사자 지지했던 충청인들은 ‘핫바지’가 됐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때문에 대통령은 공이 크다고 생각하는 지역, 공을 세운 사람에게만 자리를 나눠주면 안 된다.
전임 대통령들의 방식이기도 했던 인사방식이 문제라고 지적돼 왔지만 이번 인사로만 보면 새 정부는 그보다 더 심하다. 대통령이 이렇게 인사를 하면 나라가 분열된다.[충남일보 김인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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