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번엔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에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을 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도발로는 10번째, 핵실험까지 치면 11번째 도발이다. 이번 도발은 유엔 안보리가 석유류 공급 축소 등이 포함된 새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를 채택한 지 사흘 만에 자행됐다. 제대로 실행하기만 하면 상당한 효과를 볼 것으로 평가된 대북제재 결의를 공개적으로 조롱한 것이다. 핵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북한의 무도한 폭주가 갈수록 궤도를 이탈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 징후를 24시간 전에 감지하고 동향을 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의 대응도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6분 뒤 ‘현무-2’ 탄도미사일을 동해 상으로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선명했다. 북한 미사일의 발사 장소로 추정되는 평양 순안비행장까지 거리(250Km)를 그대로 대입해, 현무-2가 목표 지점을 정확히 가격했다. 우리 군이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북한 도발의 원점 보복타격 능력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전날부터 북한 동향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실제 도발 시 우리 군의 무력시위 대응을 사전 재가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안보역량에 대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전 과정을 소상히 알리라는 지시도 내렸다. 지금 상황에 딱 맞는 사려 깊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 2375호의 철저한 이행과 함께 북한의 자기펄스(EMP) 공격 및 생화학 위협 등에 대처하는 준비태세도 강조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정도 대응을 보고 국민이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내기는 어렵다. 현시점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안타깝게도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다. 우리 입장에서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감각을 잃으면 안 된다.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수단마저 스스로 힘을 빼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NSC 회의에서 강조한 대응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제사회와의 외교적 협력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토대로 한 군사적 대비태세다. 정부에서 이런 방향을 견고하게 지향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의도와 달리 국제사회, 북한, 우리 국민 등에 잘못된 메시지를 준 것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을 발표한 것이 그런 예일 수 있다. 인도적 지원에 정치가 개입하면 안 된다는 원칙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대상이 북한이라면 원칙론만 갖고 국민 다수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정부는 이 방침을 발표할 때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징후를 이미 감지한 상태였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행보가 되풀이되면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자극할 수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급부상한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론도 서둘러 싹을 자를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 두 가지 주장에는 군사적 효용성이나 안보 현실 측면에서 허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의도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우리 손에 든 카드를 스스로 북한에 다 펼쳐 보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충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