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정과 정치보복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사설] 사정과 정치보복은 종이 한 장 차이다
  • 충남일보
  • 승인 2017.11.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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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검사가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투신자살했다. 지난달에는 투신자살한 검사와 국정원에서 근무했던 변호사도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 사건을 비롯 전 정권에서 저지른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 투입 검사만도 50여 명,부서는 7곳에 달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 공소유지 담당까지 합치면 과거사 수사·재판에 매달려 있는 검사는 64명이나 된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검사(247명)의 4분의 1가량이다. 검찰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과거 정권 비리를 들춰내 수사하곤 했는데 대검 중수부나 특수부 일부를 동원해 수사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수사팀의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국정원 댓글 사건 은폐 과정에서 국정원에서 근무한 검찰 간부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따라 사정의 칼날이 검찰 내부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 검사의 사망 소식까지 겹쳐 검찰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한 사건에서, 그것도 일주일 사이에 피의자가 연이어 자살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검사가 수사를 받다 자살한 것도 처음이다.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자 “앞으로 외부로 파견을 나가거나 상부 지시에 따르는 검사가 몇 명이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투신 자살한 검사의  배경에는 구속에 대한 극도의 스트레스와 함께 이른바 ‘친정’에 대한 배신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격 인사와 적폐 수사에 따른 피로감에 동료의 죽음까지 겹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책임론마저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검찰은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사건을 두고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날 선 비판과 적패라는 등 두 갈래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이후 검찰의 수사가 적폐청산을 앞세워 이른바 무차별 ‘저인망식 수사’라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새 정권이 원하는 ‘적폐 수사’에 검찰이 끌려들어간 것이 현직 검사 등의 자살로 이어지지 않았나 되돌아 볼 필요도 있다. 물론 아직은 검찰이 과잉 수사를 했다는 증거는 없다. 투신 자살한 검사는 자살 전 주변에 “그렇게 잘못한 일이 아니고 관여한 정도도 적은데 너무 억울하다”고 말 했다고 한다.

댓글 사건 은폐의혹과 관련한 한 검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증언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 국정원 수사에도 난항을 겪을지 모른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 적폐청산 사건 수사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자살한 두 법조인의 죽음을 결코 가벼이 볼 현실이 아니다.
적폐 청산을 역대 정권에서 봤듯이 후유증이 심각할 수 밖에 없다. 적폐가 쌓여 다음 정권에도 표적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정과 정치보복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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