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 그리고 ‘전화를 걸지 못하는’ 세대
혼밥, 혼술, 그리고 ‘전화를 걸지 못하는’ 세대
  • 탄탄스님
  • 승인 2018.02.21 10: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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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세대 간의 환경과 가치관이 상이하게 달라진 세태다. 이제는 다름을 인정해야 차라리 속 편해지는 세상인 것이다.

10여 전 젊은 세대를 88세대라 하였다. 초임이 88만 원이라는 자조적인 의미도 담겨 있었는데, 이태백이라는 신조어도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의 한 단면이다. 하지만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세태를 반영하는 그러한 현실은 더욱 진화하여 이제는 4포 세대라고도 한다.

네 가지를 포기한 세대. 결혼을 포기하고,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하고, 인간관계까지도 포기하는 젊은 세대의 비애가 담긴 세상의 언어들이다.

여기에다 오포니 칠포니 하며 한두 가지 더 보태어져 칠포니 구포니 하고, 인륜지대사뿐 아니라 더 나아가 사는 게 힘들어 삶조차 포기하는 세태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는 젊음을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고 나약하다고도 하며 젊은 세대와의 소통 부족을 자인하고들 있다.

자조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대 젊은이에게 과연 산중에 사는 이가 아는 바 부족하지만,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필자는 ‘전화를 걸지 못하는 세대’라고도 정의를 내리고 싶다.

나이 지긋한 세대는 이미 그 뜻을 헤아릴 것이다. 1981년 이후에 태어나서 2000년대에 자란 시대를 가리키는 의미다. 바로 이들을 전화를 걸지 못하는 세대라고 말하련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들인데 전화를 걸지 못한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실제로 이들은 전화 통화에 서투르다. 연락을 주고받을 때 문자로 하는 것을 훨씬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화를 걸지 못할 뿐 아니라 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세대,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나 싫어하는 상대로부터 걸려 온 전화는 받지도 않는, 그래서 사회에서는 갈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네는 왜 전화를 안 받나? 이 일이 얼마나 바쁜지 몰라서 그래?” 나이 든 상사는 답답해하지만 젊은 직원은 이렇게 대답한다. “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주세요.”

사회에서뿐 아니라 가족 친지 간에도 이러한 일로 말들이 상당하다. 혼례나 상례 같은 경조사를 문자로 알렸다고 서운해하는 경우이다.

“이런 일을 문자만 보내고 마나? 얼굴을 보고 말하지는 못해도 전화로 해서 여차여차하다고 말을 해야지. 그게 윗사람에 대한 예의야.” 그러나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보면 일리도 있다.

“공공장소에 있어서 통화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곳에서는 문자가 에티켓이다. 전화는 한 번에 한 사람한테만 연락할 수 있지만, 문자는 한꺼번에 여러 사람한테 보낼 수 있어서 시간 절약이 된다. 그리고 문자는 깜빡 잊거나 헷갈릴 일이 없어서 더 편리하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문자는 더 효율적이고 예의를 지키는 방법이겠지만, 그것은 그들이 스스로 터득하여 만들어 낸 가치관일 뿐이다. 그 방법이 옳다 그르다 논쟁을 벌일 문제가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문제인 것이지만, 날이 갈수록 세상은 각박하여지고 인간미가 없어진다. 더불어 사는 정감 있는 모습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다.

홀로 밥 먹는 혼밥, 홀로 마시는 혼술, 그러다 홀로 죽으니 혼자만의 세상 혼자만의 방을 만드는 문화를 이제는 우리같이 모여 어울림의 세상이 되었으면 하여 새해 벽두에 횡설수설하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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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 y 2018-02-21 14:03:51
맞는 말씀이네요~^♡ 현 세태를 꼭 찝어세대간 갈등을 풀고 서로를 이해할수 있는 통로를 제시해 주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