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버이 날’ 임시공휴일 지정 취소됐다
[사설] ‘어버이 날’ 임시공휴일 지정 취소됐다
  • 충남일보
  • 승인 2018.04.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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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어버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 이후에는 인사혁신처의 연구결과 등을 받아본 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다.

청와대 측은 “어버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쉬게 돼 아이들을 돌보는 데 지장이 생길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임시공휴일은 징검다리 휴일이었지만 이번에는 3일 연휴에 이어지는 것이어서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효도 정부’를 내세워 어버이날을 쉬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올해 어버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됐으면 어린이날부터 연휴가 나흘간 이어지게 됐으나 청와대의 방침으로 공휴일 지정이 이뤄지지 않했다.

이번 공휴일 지정은 기본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역작용도 짚어봐야 한다. 공휴일이 된다 해도 맘 편히 부모를 찾아뵐 수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만약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해도 근로자들은 못 쉬는 것도 서러운데 자칫 불효 딱지가 붙을 판이였는데 다행스럽다고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

5월은 어린이날 등 각종 행사가 많아 돈 씀씀이가 늘어나 걱정이 태산 같다. 쉬는 날이라고 내수가 진작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휴일로 지정했다고 없던 공경심이 생기는 건 아니다. 부모를 남 바라보듯 하던 빗나간 자식들이 공휴일이 됐다고 해서 태도가 달라지리라는 기대는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사정이 이런 만큼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잘 한 일이다. 휴일로 지정하기보다 어릴 때부터 어버이 공경심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게 더 바람직한 줄 안다.

최근 ‘어버이날’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1위를 차지힐 정도로 찬반 공방이 불붙자 정부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여타 공휴일과의 관련성 등 종합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의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어버어날을 인심 쓰듯 공휴일로 지정한다면 한글날, 국군의 날, 개천절도 공휴일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고려해야 한다.
또 6·13 지방선거가 끼어있어 선심을 쓴다는 비난도 비켜가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법정 공휴일은 많은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공휴일이 가장 많다는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연간 19일이나 된다.
공휴일 지정을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국가마다 공휴일은 역사와 문화와 전통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에 좀 더 신중한 자세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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