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건강한 자아상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양형주 칼럼] 건강한 자아상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8.04.2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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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에 심리학자인 에미 워너 교수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대규모 종단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것은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40세의 어른이 될 때까지 그들의 인생이 어떠한지를 추적 조사하는 프로젝트였다.

학자들의 관심은 어떤 요인들이 한 인간을 사회의 부적응자로 만들고 그들의 삶을 불행으로 이끄는가 하는 것이었다.
수십 년에 걸친 연구는 어느 정도 예상한 범위의 결과에 들어맞았다. 예를 들어 결손가정의 아이들일수록 학교나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부모가 정신건강에 결함이 있을 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미 워너 교수는 그중에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대상자 201명을 추려내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관찰했다.
그런데 여기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201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은 참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역경을 잘 이겨내며 삶을 놀랍게 개척하고 있었다.
에미 워너 교수는 이런 특성을 ‘회복탄력성’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어떤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곧바로 회복하여 자신을 앞으로 나가는 특징을 말한다.

아니,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알고 보니 회복탄력성을 발휘한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부모 중 하나, 혹은 부모가 아니더라도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삼촌, 고모, 이모 등 주변에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아이를 가까이 지켜보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서 이 아이가 언제든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더라는 것이다.
나를 이해하고 지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체성의 형성에 정말 중요하다. 이것에 따라 자신의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평강이 온달에게 시집가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일까?
어릴 때부터 평강이 울면, 아버지가 했던 말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관계에서 계속 반복되는 말을 듣고 거기서 자기 인생의 정체성과 방향을 결정했던 것이다.

한편, 온달은 어떻게 평강을 만나 바보에서 훌륭한 장군으로 성장했을 수 있는가? 온달을 무한 신뢰한 평강공주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아내가 자신을 무한히 신뢰해 주자, 온달은 젖 먹던 힘 이상의 초월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변신에 성공하게 된다.

이런 것을 보면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은 자신을 늘 신뢰하고 지지해주는 곁에 있는 사람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자녀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무조건 지지하는가? 아니면 끊임없이 비교하는가? 어린이날, 아직 많은 가능성이 있는 우리 자녀들에게 끊임없는 지지와 신뢰를 더욱 풍성하게 보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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