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기획] ③ 학교 밖 아이들, 차가운 시선에 두번 운다
[가정의 달 기획] ③ 학교 밖 아이들, 차가운 시선에 두번 운다
학업중단 이유, 생계난·가정 해체 등 '가정 사정' 가장 많아
'문제아' 선입견에 새로운 도전 엄두못내… 전문가 상담 절실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8.05.07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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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리(왼쪽), 임근우
임규리(왼쪽), 임근우

[충남일보 강주희 기자] 대전에 사는 19세 임규리 양은 2년 전 친구가 다니는 학원을 따라갔다가 한 학부모로부터 ‘문제아’라는 말을 들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 임 양이 학교를 그만 둔 자퇴생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임 양은 학교를 그만 둔 다른 이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문제아로 인식하는 어른들을 볼때마다. ‘나는 문제아가 아닌데’. ‘아니, 진짜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하는 고민에 점점 위축되어 간다고 한다.

“나는 문제아 아닌데” 편견 깨고 세상 마주하기

'학교밖 청소년'이 모두 '문제아'라는 건 오해다. 학교를 그만둔 이유가 '범죄'인 아이들은 매우 적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2016년) 학업 중단 고등학생은 총 13만여 명에 이른다. 이중 학교폭력이나 학칙위반으로 인한 퇴학은 3%, 제적·유예·면제로 인한 학업 중단은 1%에 불과하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정 사정(34.9%)으로 나타났다.

생계 어려움이나 가정해체 위기에 놓인, 가정이 근본 문제인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학업중단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둔 후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선입견·편견·무시(49.2%)다.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반면 학교 밖 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대체로 편협하고 부정적이다. 정책은 차츰 개선되고 있지만 이런 인식의 변화는 더디다.

임규리 양 또한 중학교 3년 내내 반장 등 학교임원을 담당하며 학교생활에 충실했고 성적도 좋았다. 또 기업의 장학금을 지원받아 보컬레슨을 받아가며 가수의 꿈도 키워왔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에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살고 있는 임 양의 형편에 예술고나 일반고는 사치였다. 열심히 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특성화고 입학했지만, 1학년 때부터 취업을 위해 짜여진 엄격한 과정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꿈과 끼를 키워오던 임 양에게는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왔다.

‘꿈을 포기하고 왔는데,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임 양은 1학기만에 학교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임 양은 1388 상담을 통해 '꿈드림'을 알게 됐다. 대전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의 뮤지컬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검정고시를 준비해 지난해 합격했다. 해외봉사체험도 할 기회가 생겼다. 많은 청소년과 교류하면서 봉사활동을 펼쳐 자신감과 자존감도 높아졌다.

학교 교육에서 얻지 못했던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 임 양은 취업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있다.

찾아오지 않는 아이들, 찾아나서야

'학교밖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5년 '학교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이후 '학교밖 지원센터'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현재 센터는 전국적으로 총 206개에 이른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상담, 학업·취업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검정고시를 취득,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등 학업에 복귀하거나 직업훈련에 참여, 자격증 취득, 취업 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청소년지원센터의 손길이 닿지 않는 학교밖 청소년들이 더 많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순간 교육부 관리 대상에서 벗어난다. 이들은 여성가족부로 관리 부처가 옮겨지지만 개인보호 등의 문제로 여가부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길이 없다.

정작 지원 대상인 청소년은 이곳을 알아도 찾지 않는다. 아이들이 찾지 않으면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올해 대전과기대 아동보육과에 입학한 임근우(20) 군은 어려운 가정형편을 생각해 특성화고에 입학했지만 학교에 적응 하지 못하고 곧 바로 그만 두게 됐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란 임 군은 할머니께 받은 사랑이 너무 많아 고교졸업 후 빨리 취업해 할머니께 효도하고 싶었다고 한다.

학교 상담교사와 상담중 대전 꿈드림센터를 알게 됐고 자신을 위한 최고의 선택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학교를 그만두고 꿈드림센터에서 열심히 프로그램에 집중한 결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다음해 4월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첫 결과물이었다고 한다.

검정고시 합격으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진 임 군은 꿈드림 인턴십을 통해 센터 후배들의 좋은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

임근우 군은 “무엇보다 꿈드림은 저에게 소속감이라는 큰 선물을 줬습니다. 의지할 곳이 없던 저에게 마음을 둘 수 있는 울타리가 생긴 것이죠”

전문가들은 이처럼 학생들이 학업중단 전 선택을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을 위해 지금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탐색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육청, 학교, 상담기관의 연계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학업중단 숙려제 학생의 유형별 개인적 특성에 맞는 상담기관을 연결하기 위해 교육청도 관리방안을 세우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학업중단 숙려제 학생이 Wee센터나 민간상담기관에서 심리치유와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대안교육 위탁 기관 24곳을 지정했다.

각 분야별로 ▲사회봉사 4기관 ▲특별교육 7기관 ▲학업중단 예방을 위한 대안교육기관 7기관 ▲조건부특별교육이수 1기관 ▲학업중단숙려제 4기관 ▲미혼모학생 1기관 등을 지정, 운영할 계획이다.

대전시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 전혜수 팀장은 “해마다 대전지역 1500여 명의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며 “꿈드림센터는 이런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각 기관들의 소통으로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직업체험은 물론 자기 개발, 고민 상담 등을 통해 자신있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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