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 원장의 에듀 Talk Talk] 수학 선행학습 대신 바둑을 가르쳐라
[이남기 원장의 에듀 Talk Talk] 수학 선행학습 대신 바둑을 가르쳐라
  • 궁극의 사고 이남기 원장
  • 승인 2018.06.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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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사고 이남기 원장] 한국은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뜨거운 나라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유학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과거시험을 통해 입신양명을 꿈꾸는 DNA 가 한국인의 유전자에 뿌리깊이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결과 한국인의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며 그 결과 명문대를 향한 경쟁은 어느 나라보다 뜨겁습니다.

취업은 영어, 대입은 수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시험대신 영어시험을 준비하지만 대학 입시에서는 영어보다 수학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어 수학의 중요성은 더욱더 증대되고 있습니다.)

수학이 다른 과목에 비해 워낙에 어렵고 분량도 방대하기에 초, 중등학생들 사이에서 수학선행학습은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 빨리’ 근성과 그 점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교육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수학선행학습 시장의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수학선행학습은 그 시기가 빠를수록 좋을까요? (가령, 특목고에 입학하려면 초등학교때 정석을 마스터해야 한다는 말들도 심심찮게 듣게 됩니다)

오랜 시간동안 수학을 지도해온 저의 경험에 비춰보면 수학선행학습의 효과는 회의적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어린 학생들에게 고등학생 정도의 추상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인지적 발달적인 측면에서 가능한가?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수학 선행학습이 수학적 즐거움과 본질을 추구하기 보다는 속도와 반복적 문제풀이 스킬을 강조하는데 과연 어린 학생들에게 그런 기계적 학습을 받아들일 내재적 동기가 충분한가? 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매우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치 극소수의 예를 통해 선행학습의 필요성을 과장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과도한 선행학습이 어린 학생들의 인지적, 심리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예를 더 많이 목격하게 됩니다.

저는 차라리 어린 학생들에게 과도한 수학선행학습 보다는 바둑을 가르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바둑은 여러 가지 면에서 수학과 닮아있습니다. 우선 바둑과 수학은 모두 정해진 룰을 따르는 ‘논리게임’입니다. 그래서 바둑을 두면 필연적으로 논리적 사고가 강해집니다.

바둑의 이점은 그 것 뿐이 아닙니다. 바둑은 수순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침착하게 수읽기를 하며 여러 가지 경우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렇듯 침착하게 한수 한수 착점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사고를 강화해주는 동시에 차분히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줍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집중력과 끈기가 향상됩니다.

바둑이 두뇌의 구조적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10년 이상 바둑을 둔 프로기사들은 일반인에 비해 뇌의 뉴런들 사이에 연결이 더 치밀하고, 정보전달회로가 잘 발달 돼 있는 점이 검사를 통해 확인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둑은 기억력도 강화시켜줍니다. 어떤 정보를 기억할 때 일반인들이 개별적인 것을 하나하나 뇌에 저장하는데 비해, 바둑 전문가들은 어떤 패턴 자체를 통째로 기억한다는 사실도 입증되었습니다.

수학강사인 저도 바둑을 좋아합니다. 바둑을 두면 둘수록 바둑은 수학과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둑의 사활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합니다. 모양의 ‘급소’를 파악하고 어떤 순서로 착점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수학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매우 유사합니다.

당장의 입시가 급하다고 해서, 혹은 바둑은 입시와 무관한 사치나 시간낭비라고 치부하지마시고 바둑을 통해 아이들의 논리성과 창의성, 그리고 침착함과 끈기를 기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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