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뜨거워지는 지구... 환경파괴와 '6차 대멸종'의 경고
날로 뜨거워지는 지구... 환경파괴와 '6차 대멸종'의 경고
  • 탄탄스님
  • 승인 2018.07.22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플라스틱 섬이 있다고 한다. 지구촌의 인류가 매일 먹고 마시며 생겨난 쓰레기들이 모여 이루어진 섬은 전 세계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해류와 해풍을 타고 태평양 한가운데 모여 쌓인 것이다. 크기가 한반도의 3.2배에 달하다니 인류가 버리는 쓰레기만큼 매일 넓어지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속도로 플라스틱과 비닐이 계속 쌓인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바다는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이 되고 말 것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석기시대 인간 1명이 쓰는 에너지는 4000칼로리였다. 음식과 주거, 도구 등 하루 동안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포함해서 말이다. 반면 현대인들은 22만 8000칼로리(미국인 1인 기준)를 사용한다. 옛날보다 먹을거리도 풍부해졌거니와 자동차도 몰아야 하고, TV·스마트폰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원천인 지구의 자원을 과거보다 인간 1명이 60배가량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개체 수도 수십 배 늘었으며, 이처럼 지구는 계속 한계상황으로만 치닫고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우리시대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스티븐 호킹 박사는 길게는 100년, 짧게는 3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지구에 더 이상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이유이다. 영화 애프터 어스의 이야기처럼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 다른 행성으로 떠나야 할 날이 곧 다가올지도 모른다. 실제로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은 다른 생물 종을 멸종으로 이끌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런던동물학회(ZSL)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척추동물은 종별로 평균 58%씩 감소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2020년에는 동물의 종이 현재의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결론적으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이 주된 원인이다. 생물의 다양성은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의 삶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물론 그 어디에도 영원한 종은 없다. 어느 생명체든 언젠간 멸종을 하고 만다. 다만 과거엔 자연의 변화에 의해 멸종이 이뤄졌으나 지금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과 그로 인한 오염으로 멸종이 앞당겨지고 있다. 즉, 인간 스스로 멸종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북극곰 가족들은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으니 해마다 삶의 터전을 잃고 멸종의 위기에 있다.

억 년 지구 역사에선 지금까진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대략 35억 년 전 최초의 생명체가 지구에 나타난 이후 수많은 종들이 생겨났지만 이들 중 99%는 자취를 감췄다. 특히 4억 4500만 년 전 첫번째 대멸종에선 생물의 절반이, 가장 심각했던 3번째 대멸종(2억 5000만 년 전)에선 전체 생명의 95%가 사라지고, 마지막이었던 6500만 년 전 5번째 대멸종에선 당시 지구의 주인이던 공룡이 지구상에서 없어졌다.

이처럼 대멸종은 주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일어나기에 멸종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주의 섭리를 거스를 순 없다. 인간 스스로 멸종을 앞당기고 있으니, 전문가들은 이를 6번째 대멸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미 대멸종의 초입에 들어와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인간이 대멸종을 앞당기고 있다. 6번째 대멸종의 가장 큰 신호는 지구온난화이다. 화석에너지 사용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면서 지구의 기온이 계속 높아지고 있으니 현재 지구의 온도는 19세기에 비해 약 1도 가량 높아진 상태이다. 지금보다 기온이 1.6도 더 오르면 지구 생명체의 18%가 멸종하고, 2도 오르면 빙하가 사라진다고 한다. 또 3.5도 오르면 해수면 높이가 7m 상승하면서 바다에 잠기는 나라들이 많아질 것이며, 최종적으로 6도 이상 오르면 대멸종이 완성돼 모든 인간은 없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수천만 년 또는 수 억 년 뒤에 지구의 주인들은 6번째 대멸종이 있었던 현세인류의 지질학적 특성을 무엇이라고 판단할까. 지금까지 인간은 지표면 아래 쌓인 퇴적층에서 삼엽충과 암모나이트 등의 화석을 발견해 지질 시대를 구분하였다. 아마도 미래 지구의 주인들은 인류세의 대표적 지질적 특성으로 동물의 화석보다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캔, 비닐 등을 떠올리지 않을까.

또한 실제 지질학자들의 분석에서 흥미로운 것 중 현인류의 대표 화석이 닭뼈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공룡의 뼈가 중생대의 트라이아스기부터 백악기까지를 대표하는 화석인 것처럼 현 시대의 대표 화석은 닭뼈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지질학자들은 20세기 중후반부터 급격히 늘어난 닭 소비량이 인류세의 개념을 규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먹고 마시고 즐기며 지구를 오염시키는 사이에 지구의 병은 더욱 고질화되어가는 것이다.

얼마 전에 소똥구리 몸값이 50마리에 5000만 원이라는 기사도 접한 적이 있었다. 소똥을 데굴데굴 굴리는 습성을 지닌 소똥구리를 구하는 광고를 지난해 12월 환경부에서 입찰공고를 내어 급히 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마리당 현상금이 100만 원에 이른다고 하니 꽤 비싼 편이다. 호기심 못지않게 세금 낭비라고 하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환경부가 급하게 소똥구리 구하기에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올해부터 5년간 증식·복원을 진행할 멸종위기 야생생물 중 하나로 소똥구리를 선정하였고 정작 필요한 소똥구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마지막 수단으로 외국에서 들여올 비용으로 국내에서 찾아보자는 심산으로 공고를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구하지 못하고 초원지대인 몽골산을 수입하기로 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 산간 등 소가 있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똥구리가 왜 사라졌을까.

1970년대 들어 인공사료와 항생제를 먹여 소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소의 배설물을 먹은 소똥구리가 모두 죽어버린 것이며 항생제가 독약이었던 셈이다. 소똥구리 권위자 한 사람이 지난 10여 년간 소똥구리를 찾으러 전국을 뒤졌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정부·학계에서 소똥구리를 되살리려 애쓰는 것은 생태계 복원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부가가치가 대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똥구리는 염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오래전부터 약재로 쓰였다. 동의보감 잡병편에 ‘강랑’이라는 이름으로 효능이 기록돼 있을 정도다. 현대의학에서도 주목 대상이다. 특히 애기뿔소똥구리에서 발견된 물질(코프리신)은 탁월한 효과가 입증돼 이를 활용한 병원용 재생연고제, 기능성 화장품 등 10여 종의 제품이 이미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쓸모가 다양하니 ‘소똥구리 멸종을 방치하면 수천억 원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경고가 나올 만하다.

때마침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올 하반기 개관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소똥구리는 국내 목장과 계약을 맺어 방목 소의 ‘좋은 똥’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복원작업이 진행될 모양이다. 국산 소똥구리가 성공적으로 재생돼 뒷발로 소똥을 말아 굴리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류가 좀더 편하고 빠르게 살고자 욕망에서 또는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훼손하는 몰지각한 행위로 인하여 이미 천재지변이 인재가 되어가고 지구촌의 환란이 곧 닥칠 것을 생각하니 심히 불안해질 뿐이다.

'나부터라도 실천해보자'며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 한 대에 의존하는 이 여름이 무덥기는 하지만 지구를 살리는 일이려니 하고 선풍기의 더운 바람도 견딜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