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공권력, 편가르기가 웬말이냐
[사설] 우리 공권력, 편가르기가 웬말이냐
  • 충남일보
  • 승인 2018.08.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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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년 6개월의 법적 구속기한을 모두 채우고 562일 만에 석방된 구치소 앞 모습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특검 출범 41일 만에 소환된 특검 사무실 앞 분위기는 너무나 달랐다.

우리 사회의 법치 수준을 보여준 두 현장의 사진은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하게 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왕실장’였는데 법적 구속기한을 모두 채우고 석방되어 구치소를 나오자 반대자들이 욕설과 함께 몸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난장판이 됐다.

김 전 실장은 30분 이상 차에 갇혀 있었고 차량 앞 유리가 깨져 운전하기에 위험 수준였다. 이와는 반대로 현 정부의 실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특검 출석 길에는 상황은 비슷했으나 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길가에서 특검 수사를 비난하는 정도로 경찰의 경비로 난장판은 되지 않았다.

두 현장의 다른 점이 있다면 김 전 실장은 말 한마디 못한 채 불안 속에 쫓기다시피 집으로 향했고, 김 지사는 경찰 경비속에서 당당하게 손을 흔들며 여유 있는 모습으로 조사실로 들어 갔다.

너무도 다른 현장 분위기인데도 공권력은 폭력 현행범을 체포 하지도 않는 이상한 행태를 보였다. 구치소 앞에서 한국진보연대와 민중당 인사 등 200여 명이 무법천지를 연출했으나 경찰은 현장을 소흘하게 경비했다.

폭력·기물파손 등 불법 행위를 목격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김 전 실장 탑승 차량의 앞유리를 부순 장본인을 확인 정도로 그치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다른 시위꾼도 김 전 실장에게 달려들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었다.

두 현장의 명암은 너무 차이가 컷다. 한쪽은 질서 유지에 병력을 배치, 불상사를 예방했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강 건너 불 구경식으로 형평성을 잃었다. 

그러고도 법치 수호의 최일선 공권력임을 자처할 수 있을까? 국민들의 눈에 두 현장은 어떻게 비쳤을까. 포용이나 관용은 고사하고 악다구니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이들의 언행을 보며 걱정부터 앞섰다.

민주와 법치라는 관념은 우리에겐 사치에 불과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에서다. 가장 엄정하게 적용돼야 할 법치가 진영논리에 따라 이념적 성향에 따라 휘둘리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현 정부는 두 현장에서 보여준 국민 간의 반목과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투명한 법 집행이 촉구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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