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삶의 현장에서 붙든 소명
[양형주 칼럼] 삶의 현장에서 붙든 소명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8.09.16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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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윌버포스는 20대 중반에 영국 의회에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영국은 대영제국으로 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삼고 노예들을 잡아 들여와서 제국의 시스템을 떠받치게 했다.

윌버포스는 정치현장 한 가운데서 사람들의 탐욕과 음험함을 온 몸으로 경험하며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그는 차라리 이 지저분한 정치판을 떠나 신학공부를 하여 성직자의 길을 갈까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윌버포스에게는 종종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기도해 주는 영적 멘토가 있었다.
바로 존 뉴턴 성공회 신부였다.

존 뉴턴 목사는 한때 노예무역을 하던 노예선의 선장이었다. 어느 날 노예를 잔뜩 싣고 가던 중 큰 폭풍우를 만나 배가 난파될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다.
이때 그는 생전 처음으로 주님을 향하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기도를 간절히 드렸고, 그를 극적으로 구원해 주시는 주님의 손길을 경험한다.

이후 그는 극적으로 회심하여 과거의 생활을 다 내려놓고 30세에 마침내 신학교에 입학하여 성공회 신부가 된다. 그러면서 주님의 은혜를 감사하여 유명한 찬양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을 작곡한다.

윌버포스는 존 뉴턴 목사에게 신학교 입학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상담했다. 그러자 뉴턴은 신학교 가는 것을 만류한다. ‘하나님은 신학교 가는 것 이상으로 더 중요한 부르심이 있어 당신을 영국 의회로 보내셨을 겁니다. 그곳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찾으십시오.’

윌버포스는 이 말에 깊이 고민했다. 지저분한 영국 의회 정치판에 하나님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 뉴턴 목사의 조언을 깊이 생각하며 부르심을 깊이 묵상하다 한 마침내 의회 정치 한 가운데로 다시 뛰어들었다.

염증을 느끼고 회의에 빠지게 하는 부분도 있었으나, 윌버포스는 그 가운데 의회를 통하여 노예제도를 폐지함으로 하나님 뜻을 영국에 확장시켜야 한다는 강력한 부르심을 느꼈다.

그는 이 일에 평생 헌신하다가 마침내 세상을 떠나기 3일 전인 1833년 7월 26일, 노예제도 폐지 법안이 마침내 하원에서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3일 후인 1833년 7월 29일 새벽에 사망하였다.

숭고한 부르심은 삶의 현장에서 일어난다. 때로는 빨리 그만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지저분해 보이는 삶의 현장이라 할지라도 그곳에서 어떤 소명을 붙들고 나가느냐에 따라 그 현장이 달라진다.

삶의 현장에서 나는 어떤 소명을 감지하는가? 이 일을 통해 나는 어떻게 내 주변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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