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일보 이훈학 기자] “시장이 북적여 보여도 실제 물건을 사는 사람은 별로 없어... 명절대목은 옛말이야”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오정동농수산물시장 내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김 씨(58·여)는 추석대목을 바랐지만 손님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 씨는 “뉴스에서 나오는 채솟값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손님들은 물건만 들여다보고 그냥 지나쳐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실제 추석 연휴를 3일 앞둔 20일 오후 오정동농수산물시장은 제수용품을 구매하러 온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추석 명절에 사용할 과일과 채소 등 물건을 이리저리 살피고 들었다 놓을 뿐, 장바구니는 가벼웠다. 상인들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미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날 시장에는 시금치 한 단이 5000원, 배추 한망이 1만 5000원, 배는 개당 3900원 등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지난달 시금치 한 단 가격이 9000원 선까지 오른 것과 배추 한 망이 3만 원 선에서 거래 됐던 것에 비하면 비교적 물가는 낮아졌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날 시장을 찾은 주부 이 씨(39·여)는 “대형마트보다 시장이 더 저렴할 것 같아서 왔는데 생각보다 비싸다”면서 “시장을 계속 돌고 있지만 좀처럼 물건을 사기가 부담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부 강 씨(42·여)도 “채소와 과일이 너무 비싸 차례상에 올릴 양만큼만 구매하고 돌아가고 있다”며 “이번 추석은 풍성하게 음식을 차리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평소보다는 늘었지만 지난 설 명절과 비교했을 땐 현저히 줄었다.
평소보다 많이 시장을 찾는 차량으로 주차관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 주차관리요원은 “평소보다 많은 차량이 들어와 주차관리에 애먹고 있다”면서도 “올해 설날 전날과 비교했을 때 한산한 편이다. 확실히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채소가게만 15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최 씨(45·여)도 “평소보다 매출이 조금 늘었을뿐, 예년 명절에 비하면 정말 사람이 없다. 설 때보다 훨씬 장사가 안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제수용품에 많이 쓰이지 않는 우엉, 연근, 토란 등 근채류를 파는 가게에는 사람 보기가 힘들었다.
근채류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이 씨(65·여)는 “저희 가게 주변에는 손님이 없어 너무 썰렁하다”며 “그래도 추석 명절이라 장사가 잘될지 알았는데 오늘도 자리만 지키다 돌아가게 생겼다”고 탄식했다.
그나마 시장 내에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과일가게였다. 소비자들이 사과와 배, 멜론 등 과일선물세트를 구매하기 위해 몰렸지만, 상인들은 이마저도 과일선물세트가 지난 설 명절 때 보다 팔리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과일과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김 씨(42)는 “사람들이 과일가게 앞에 북적인 것처럼 보여 장사가 잘되는 줄 알겠지만 사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면서 “많은 양의 물건을 준비했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과일값이 많이 올라 올 설 명절 때 보다 절반도 팔리지 않고 있다”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과일가게를 찾아 여럿 과일선물세트를 살펴본 주부 강 씨(33·여)는 “올해 추석에는 많은 곳에 추석 선물을 드리고 싶어 시장을 방문했는데 가격을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가격이 저렴한 다른 선물세트를 찾으러 다녀봐야겠다”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