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여 보여도 추석대목은 옛말"… 지갑 닫힌 농수산물시장
"북적여 보여도 추석대목은 옛말"… 지갑 닫힌 농수산물시장
[현장취재] 지난달 비해 채소·과일값 하락했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부담'
  • 이훈학 기자
  • 승인 2018.09.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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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정동농수산물시장이 소비자들로 인해 북적이고 있다./충남일보 이훈학 기자

[충남일보 이훈학 기자] “시장이 북적여 보여도 실제 물건을 사는 사람은 별로 없어... 명절대목은 옛말이야”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오정동농수산물시장 내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김 씨(58·여)는 추석대목을 바랐지만 손님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 씨는 “뉴스에서 나오는 채솟값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손님들은 물건만 들여다보고 그냥 지나쳐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실제 추석 연휴를 3일 앞둔 20일 오후 오정동농수산물시장은 제수용품을 구매하러 온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추석 명절에 사용할 과일과 채소 등 물건을 이리저리 살피고 들었다 놓을 뿐, 장바구니는 가벼웠다. 상인들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미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지난달 9000원 선으로 가격이 급등한 탓에 시금치가 팔리지 않아 시든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날 시장에는 시금치 한 단이 5000원, 배추 한망이 1만 5000원, 배는 개당 3900원 등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지난달 시금치 한 단 가격이 9000원 선까지 오른 것과 배추 한 망이 3만 원 선에서 거래 됐던 것에 비하면 비교적 물가는 낮아졌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날 시장을 찾은 주부 이 씨(39·여)는 “대형마트보다 시장이 더 저렴할 것 같아서 왔는데 생각보다 비싸다”면서 “시장을 계속 돌고 있지만 좀처럼 물건을 사기가 부담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부 강 씨(42·여)도 “채소와 과일이 너무 비싸 차례상에 올릴 양만큼만 구매하고 돌아가고 있다”며 “이번 추석은 풍성하게 음식을 차리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평소보다는 늘었지만 지난 설 명절과 비교했을 땐 현저히 줄었다. 

주차관리요원이 주차관리를 하고 있는 모습.

평소보다 많이 시장을 찾는 차량으로 주차관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 주차관리요원은 “평소보다 많은 차량이 들어와 주차관리에 애먹고 있다”면서도 “올해 설날 전날과 비교했을 때 한산한 편이다. 확실히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채소가게만 15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최 씨(45·여)도 “평소보다 매출이 조금 늘었을뿐, 예년 명절에 비하면 정말 사람이 없다. 설 때보다 훨씬 장사가 안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제수용품에 많이 쓰이지 않는 우엉, 연근, 토란 등 근채류를 파는 가게에는 사람 보기가 힘들었다. 

근채류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김 씨(65·여)가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근채류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이 씨(65·여)는 “저희 가게 주변에는 손님이 없어 너무 썰렁하다”며 “그래도 추석 명절이라 장사가 잘될지 알았는데 오늘도 자리만 지키다 돌아가게 생겼다”고 탄식했다.

그나마 시장 내에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과일가게였다. 소비자들이 사과와 배, 멜론 등 과일선물세트를 구매하기 위해 몰렸지만, 상인들은 이마저도 과일선물세트가 지난 설 명절 때 보다 팔리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과일과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김 씨(42)는 “사람들이 과일가게 앞에 북적인 것처럼 보여 장사가 잘되는 줄 알겠지만 사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면서 “많은 양의 물건을 준비했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과일값이 많이 올라 올 설 명절 때 보다 절반도 팔리지 않고 있다”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과일가게를 찾아 여럿 과일선물세트를 살펴본 주부 강 씨(33·여)는 “올해 추석에는 많은 곳에 추석 선물을 드리고 싶어 시장을 방문했는데 가격을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가격이 저렴한 다른 선물세트를 찾으러 다녀봐야겠다”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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