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 日 時 論] 꼬리를 진흙 속에서 끌다(曳尾塗中)
[忠 日 時 論] 꼬리를 진흙 속에서 끌다(曳尾塗中)
  • 이강부 부국장
  • 승인 2008.04.22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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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진흙 속에서 끌다라는 뜻을 가진 예미도중(曳尾塗中)은 벼슬아치가 되어 속박을 받기보다는 가난하더라도 고향에서 편하게 지내는 게 낫다는 뜻으로 장자 추수 편에서 볼수 있다.
장자가 강가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을 때 초 나라 왕이 두 대부를 장자에게 보내 자신의 신하가 되어 줄 것을 청했다.
장자는 “초 나라에 점치는데 쓰이는 신령스런 거북이 있다고 들었는데 죽은 지 3000년이 되었는데도 왕은 그 거북을 비단으로 싸고 상자에 넣어 묘당 위에 보관한다고 하는데 그 거북이는 죽어서 뼈를 남겨 귀하게 되기를 바랐을까요? 아니면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더라도(曳尾塗中) 살기를 바랐을까요?”
장자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 두 대부는 “물론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더라도 살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장자는 “그렇다면 당신들은 돌아가시오. 나는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 작정이오”라고 말하고 초 나라 왕의 제의에 정중히 거절했다.
최근 실시된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과 비례대표 선거이후 일부 비례대표 당선자들과 관련한 일련의 행태는 그 동안 정당을 신뢰하고 지지해온 국민들에게 적잖은 실망과 함께 나아가 분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진정으로 국민의 대변자로의 사명에 앞서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추구하기 위해 거액의 공천 헌금이라는 명목으로 뒷거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고 더 나아가 민의 보다는 당리당략만을 위해 불법도 부끄러움 없이 펼쳐지는 정가의 실상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으며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고 지방의회 또한 집행부의 견제자의 사명을 다하며 일부 지방의원들은 지역 주민을 위한 봉사자의 자리에서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구성 요건이 바뀌면서 일부 비례대표 의원직과 관련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영달만을 위한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자신의 능력이 과연 민의를 대변하고 집행부의 견제자의 사명을 감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지 아니면 그 동안의 의정 활동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지 남을 속일 수는 있겠지만 자신은 속일 수 없을 것이다.
꼬리를 진흙 속에서 끌더라도 벼슬아치가 되어 속박을 받기보다는 가난하더라도 고향에서 분수를 지키며 편하게 지내는 게 낫다는 뜻의 예미도중(曳尾塗中)은 자신의 실상을 되돌아보라는 옛 성현의 지혜가 이들에게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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