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소좀은 세포 안에 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소기관이다. 그 안에는 여러 분해요소들을 함유하고 있어 노화된 세포 찌꺼기, 쓰고 남은 여러 에너지(단백질, 탄수화물, 지질), 호르몬, 침입한 바이러스와 독성 물질과 같은 고분자 물질을 재생하거나 배출하기 용이하도록 잘게 분해하는 일종의 세포 내 청소부이자 재활용 공장 역할을 한다.
리소좀 축적질환이란
리소좀 분해 효소의 생성, 이동, 인지, 활성과 관계된 일련의 과정 중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리소좀의 기능은 소실되거나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세포 내에 여러 처리되지 못한 일종의 부산물 쓰레기가 쌓이면서 뇌, 심장, 간, 근육, 뼈, 신장, 피부, 눈 등 장기에 손상을 일으키는 유전성 대사질환이 일어나는데 이를 리소좀 축적질환이라고 한다.
리소좀 축적질환의 발현 양상
검사기법의 발달로 그동안 진단되지 못했던 원인불명의 희귀질환 중 리소좀 축적질환으로 확인된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현재까지 대략 50여 개의 질환이 리소좀 축적질환으로 보고되었다. 다양한 질환으로 나뉠 만큼 결핍 효소의 정도와 그로 인한 대사이상의 차이, 결핍된 리소좀 분해효소가 주로 작용하는 조직에 따라 각각의 질병이 발현되는 나이, 남녀 차이, 침범되는 장기 등이 다 다르며 같은 유전적 이상이더라도 다양한 중등도로 표현된다.
잘 자라지 않거나 반복되는 중이염을 보이는 평범한 환자들일지라도 운동발달이 느리거나 팔다리 관절이 유연하지 못한 경우, 특히 간비대, 비장비대로 배가 나와 있는 경우, 원인불명의 경련·골절·통증·단백뇨 등을 호소하는 비특이적 증상이 보일 경우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하다.
리소좀 축적질환의 종류
고셔병은 베타글루코시다제 효소의 결핍으로 초기에는 빈혈, 혈소판 감소, 백혈구 감소, 간·비장비대를 보여 백혈병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았다. 처리되지 못한 기질이 뼈에 쌓이게 되면 골질의 감소, 골다공증, 골절, 심한 뼈 통증을 초래하여 심한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오진되기도 하고, 신경계를 빠르게 침범하는 경우에는 난치성 경련으로 치료받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파브리병은 알파갈락토시다제 효소의 결핍에 의한 질환이다. 10대 때 학교 검진에서 단백뇨만 보이다가 점차 신기능이 떨어져 젊은 나이에 신투석에 이르기도 하고, 피부에 깨알 같은 점들이 검붉게 보이다가 이유 없는 통증이 오기도 한다. 20~30대에 뇌졸중을 앓는 사람이나 원인불명의 심비대에 의한 심부전으로 고생하는 사람 중에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폼페병은 알파글루코시다제 효소의 결핍으로, 영아기에 발병하면 운동발달 지연을 보이면서 심잡음으로 발견되다가 호흡곤란, 심비대, 심부전으로 빠르게 진행하여 1세 이전에 사망하기도 하는 질환이다. 성인기에는 근육조직의 손상이 서서히 진행되면서 걷기 힘들어지고 자세변형이 오며 답답한 증상을 호소한다.
뮤코다당증은 글리코사미노클리칸의 축적으로 눈의 혼탁, 간부전, 골격계 변형, 성장장애, 지능장애, 투박한 얼굴과 피부, 심장판막이상 등 다양한 임상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침범된 장기의 손상에 따라 원인도 모른 채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진단과 치료의 현주소
환자의 핏방울을 이용한 여과지 검사, 소변과 혈액 샘플을 통한 결핍 효소의 활성도 분석, 직접적인 유전자 검사로 여러 리소좀 축적질환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 또 희귀질환진단사업을 통한 정부의 지원과 여러 기업의 후원, 유관학회 및 단체를 통해 의심환자의 경우 적은 비용으로 진단검사가 가능하다. 물론 그 외에 뇌자기공명영상장치 및 심장초음파, 조직검사 등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밝히기 어려운 질환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리소좀 축적질환에 대해 골수나 제대혈이식 치료법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2000년대부터 시판된 재조합효소 약물이 도입되어 몇몇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충남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에서도 다양한 환자들의 효소치료를 담당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효소치료는 1~2주 간격으로 평생, 주사를 2~4시간 동안 병원에서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한 사람당 1년에 수억 원 정도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며, 뇌손상을 회복시키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다. 다행히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치료 물질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심되는 환자를 빨리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평가·진단하는 것이 치료를 했을 때 예후가 가장 좋다. 대표적 희귀질환인 리소좀 축적질환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바탕으로 관련 전문가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또한 편견 어린 시선이 아닌 지역사회의 관심과 꾸준한 지원이 있을 때 이 병은 정복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