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최첨단 레이저로 극자외선 발생 새 경로 규명
IBS, 최첨단 레이저로 극자외선 발생 새 경로 규명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 김경택 교수팀
  • 김성현 기자
  • 승인 2018.09.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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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된 터널링 이온화(FTI) 현상을 통한 극자외선 생성 과정.[사진=IBS 제공]
좌절된 터널링 이온화(FTI) 현상을 통한 극자외선 생성 과정.[사진=IBS 제공]

[충남일보 김성현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은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 김경택 교수(GIST 물리광과학과) 연구진이 기존 물리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은 새로운 극자외선 발생 경로를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극자외선은 파장이 10~12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에 불과한 빛을 말한다. 짧은 파장을 이용해 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조밀하게 그려내는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나노미터 해상도로 물질을 관측하는 극자외선 이미징에 활용된다. 또 극자외선을 쪼여 물질의 물성을 파악하는 분광학 연구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극자외선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려면 결맞음성(Coherence)이 갖춰져야 한다. 결맞음성은 빛 파장의 위상과 주파수가 같아 서로 간섭할 수 있다는 의미로 가(可)간섭성으로도 불린다. 별개의 파장이 서로 보강하는 간섭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빛을 생성하기 위한 기본 성질이다.
 
지금까지 ‘다중광자흡수(Multiphoton excitation)’ 현상이 결맞은 극자외선을 생성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로 알려져 있었다. 다중광자흡수는 별도의 광원을 이용해 원자에 빛을 가하면, 원자가 여러 개의 빛 입자(광자)를 동시에 흡수해 들뜬상태(excited state)가 된 후, 낮은 에너지 상태인 바닥상태(ground state)로 이동하면서 결맞은 극자외선을 내놓는 현상이다.
 
김경택 교수팀은 광원에서 강력한 빛을 가하게 되면, 다중광자흡수 현상과 다른 새로운 경로로 극자외선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000조 분의 1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빛을 가하는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발생시킨 극자외선은 기존과 달리 레이저의 위상 변화에 따라 세기와 발생방향이 달라지는 특성을 보였다.
 
추가 실험을 통해 연구진은 ‘좌절된 터널링 이온화(Frustrated Tunneling Ionization, FTI)’현상으로 인해 이러한 극자외선이 발생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펨토초 레이저를 가하면 전자와 원자는 완전히 분리된다. 이후 전자는 자유롭게 가속하며 진동하다가 레이저 빔이 사라지고 난 뒤 원자와 다시 들뜬상태로 결합한다. 이후 원자가 바닥상태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그 에너지 차이만큼 결맞은 극자외선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펨토초 레이저는 전자 하나 하나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다. 연구진은 원자에서 완전히 분리된 전자들이 펨토초 레이저의 위상 변화에 따라 서로 보강하거나 상쇄하는 간섭 현상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FTI 극자외선의 세기와 발생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자가 분리되지 않는 다중광자흡수 현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결맞은 극자외선의 정확한 생성 원리를 규명했다는 학술적 의미가 있다. 기존 다중광자흡수 현상은 극자외선 발생 과정에서 광원의 세기가 고려되지 않은 만큼, 이번 연구가 광(光)물리학 연구의 근본적인 이해를 넓힌 셈이다.

김경택 교수는 “IBS 연구진이 개발해온 펨토초 레이저는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의 연구실만이 가지고 있는 최첨단 기술”이라며 “새로운 광원의 발견은 종종 새로운 학문분야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번에 규명한 극자외선이 무궁무진한 관련 연구로 확장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광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IF 32.521) 9월 25일자(한국시간) 온라인 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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