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쟁 중 성폭력 근절 촉구한 노벨평화상
[사설] 전쟁 중 성폭력 근절 촉구한 노벨평화상
  • 충남일보
  • 승인 2018.10.0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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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의 잔혹성을 노벨평화상이 세계에 일깨웠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올해 평화상을 콩고민주공화국 의사 드니 무퀘게와 이라크 야지디족 여성 운동가 나디아 무라드에게 수여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무퀘게는 내전 때 성폭행이나 신체 훼손을 당한 여성들을 치료하고 재활을 돕는 데 일생을 바쳤다. 무라드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성노예로 끌려가 큰 고통을 겪었다.

그는 집단 성폭행을 당했지만, 고난에 굴하지 않고 탈출해 IS의 만행을 세계에 고발했다. 다른 여성의 수난을 조금이라도 막고자 피해자를 대표해 자신의 고통을 술회한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여를 계기로 국제사회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전쟁범죄에 다시금 경각심을 갖고 근절 노력을 펴야 한다. 전쟁이 발생하면 아이, 노인, 여성들이 먼저 고통을 당한다는 사실은 세계 역사에서 여러 번 드러났다.

그런데도 전시 성폭력에 대한 인류의 관심이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20세기 이후 적에게 타격을 가하고, ‘인종청소’를 할 목적으로 성폭력이 더 조직적으로 자행된다는 보고도 있다.

전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책임을 철저히 가리고 단죄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절실하다. 유엔은 2008년에야 전시 성폭행을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규정은 있지만, 전시 성폭행을 처벌하는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일제 강점기에 많은 여성이 일본군에 위안부로 끌려가 수난을 당했던 한국에 이번 노벨평화상은 각별하다. 태평양 전쟁 때 아시아 여성 수만~수십만 명을 군 성노예로 끌고 갔던 일본이 올해 평화상 선정을 보고 어떤 성찰을 했을지 궁금하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총리 명의 등으로 사과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의 공식적이고, 자발적이고, 충분한 사과라고 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 차원의 일본군 성노예 진상 규명 의지나 재발 방지 노력도 별로 없다. 전쟁 때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제도화했던 일본에 진정한 반성과, 전시 성폭력을 근절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을 촉구한다.

우리 사회 역시 올해 노벨평화상을 여성에게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차별을 줄이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한해 약 5만 명이 가정폭력 사범으로 검거된다. 데이트폭력으로 입건된 사람은 2013년 7273명에서 2017년 1만 303명으로 4년 만에 40% 이상 증가했다.

가장 가깝고 의지가 되어야 할 가족과 연인에게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국제사회를 강타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국도 뒤흔들었다. 불법촬영(몰카) 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6일에도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성희롱 피해 호소도 끊이지 않는다. 여성 존중과 약자 배려는 사회 구성원의 인격과 품성을 보여주는 척도다. 여성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건강하고 인권을 지키는 사회로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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