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수사권 독립, 적폐청산이 먼저다
[사설] 경찰 수사권 독립, 적폐청산이 먼저다
  • 충남일보
  • 승인 2018.10.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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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 시절 경찰이 친정부·친경찰 여론을 조성하려고 조직을 동원해 온라인에 3만 7000여 건의 댓글을 올리는 ‘댓글공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과거 적폐를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15일 이런 내용의 수사결과를 공개하고 조현오 전 경찰청장 등 당시 경찰 지휘부 12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기무사뿐만 아니라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까지 여론 조작을 위한 댓글공작에 가담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수사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2010년 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보안 파트와 대변인실 등의 소속 경찰관 1500여 명을 동원해 정부와 경찰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고자 댓글과 트위터 글 3만 7800여 건을 달았다.

댓글 공작 대상은 천안함, 희망버스, 구제역, 한미자유무역협정, 김정일 사망 등 여러 현안에 걸쳐 방대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당시 댓글 공작에 가담한 이들은 경찰 신분을 감추려고 지인이나 가족 등 가명·차명 계정과 해외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사용했고, 인터넷망도 공용 대신 사설망까지 이용하는 등 해커처럼 은밀히 움직였다고 한다.

이번 수사에서 ‘블랙펜(정부 비판 성향 누리꾼)’을 대상으로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불법 감청을 일삼은 사실도 드러났다.

2010년 경찰청 보안국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던 민모 경정은 해킹 장비로 인터넷상에서 데이터를 가로채는 이른바 ‘패킷 감청’ 방식으로 블랙펜과 일부 시민단체의 이메일과 게시판 등을 훔쳐봤다고 한다.

사이트 감청이 막히면 프로그램 납품업체에 기술적 해결을 요청하고 비용까지 대줬다는 대목에선 어이가 없어진다.

일부 수사권을 가진 경찰은 권력조직으로는 군(軍) 다음으로 큰 공룡조직이다. 군부독재 정권 시절엔 박종철 고문치사 등과 같은 인권침해를 일삼았으나 이후 민중의 지팡이를 자임하면서 이미지 개선에 힘써왔다.

그런 조직적 노력 덕에 지금은 검찰을 상대로 수사권 조정을 요구할 정도로 성과도 일부 내고 있다.

하지만 MB정부 시절 경찰이 저지른 조직적 댓글공작은 최근의 수사권 독립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늦었지만 경찰의 환골탈태가 우선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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