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둔산에 '아파트 매물 실종사건'
대전 둔산에 '아파트 매물 실종사건'
수도권 부동산 규제 대책 풍선효과로 '갭투자' 성행
대전 전세가율 5대 광역시 2번째… 가격상승 이어져
  • 김일환 기자
  • 승인 2018.10.17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 둔산동 지역 네이버 지도 캡쳐

[충남일보 김일환 기자] “대전 둔산·월평동은 현재 매매가 전혀 없어요. 매물이 없어요. 매물이…” 

최근 대전시 서구 둔산동 지역으로 이사를 계획했던 강모(46) 씨는 부동산 중개인의 이 같은 말에 가슴이 철컹했다.

내년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둔 강 씨는 대전에서 학군이 좋은 둔산·월평동 지역에 집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봤지만, 매물이 없어 결국 다른 곳에 집을 알아보고 있다.  

9·13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대전에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 대상의 대출 규제가 적용되기 전 전세가율이 높은 서구 신도심 지역에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규제지역 내 신규 주택 구매를 위한 주택담보대출(LTV) 전면 금지 등의 내용을 지난달 13일 발표했다. 

이에 부동산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대전지역에 다시 갭투자 수요가 나타난 것이다. 

갭투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이다. 예를 들어 매매 가격이 3억 원인 주택의 전세금 시세가 2억 7000만 원이라면 전세를 끼고 3000만 원으로 집을 사는 방식이다. 

전세 계약이 종료되면 전세금을 올리거나 매매 가격이 오른 만큼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회수할 비용이 커 갭투자 수요가 몰리기 쉽다.

대전은 부동산규제가 비껴가 풍선효과가 기대되고 여기에 매매가 대비 전세가인 전세가율이 높은 서구의 경우 갭투자처로 떠올랐다. 특히 둔산·월평동과 유성구 노은동에 몰렸다. 

실제로 대전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은 지난 9월 기준(통계청 KOSIS) 75.3%로 지방 5대 광역시 중 광주(80.6) 다음으로 높다. 특히 서구의 전세가율은 79.2%로 전국에서도 손가락 안에 들고 일부 아파트는 98%에 육박하는 전세가율을 보이고 있다. 

갭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매매가 역시 올랐다. 지난달 초 2000~5000만 원의 매매가-전세가 차이는 6000만 원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한정된 물량에 수요가 몰리자 매매가가 올라간 것인데 현재는 매물 없이 가격만 올라가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 목적으로 사들인 갭투자 물건들은 전세 만기가 되면 다시 전세로 나오기 때문에 공급 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지난 4월 세종시에 사상 최대 규모인 7000여 가구가 입주한 이후 대전지역 전세시장이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서구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별다른 개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이처럼 대전지역 역세권이나 학군이 좋은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한 이유는 일명 ‘갭투자’ 때문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전은 세종시에 대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갭투자가 성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9·13부동산대책 즈음에서 갭투자자들이 이미 대전 지역을 훑고 갔다. 둔산·월평동은 매물이 없다”면서 “한동안 매물 없이 전세와 매매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