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정폭력법’ 미루지 말고 손봐야 한다
[사설] ‘가정폭력법’ 미루지 말고 손봐야 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8.10.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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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이고 집안일이라며 경찰이 적극 개입하길 꺼려하고 처벌도 약하다. 이처럼 가정폭력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너무 허술하다. 가정폭력을 다루는 느슨한 법 때문에 끊임없이 피해자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발생했던 이혼한 아내를 살해한 사건 역시 여러 차례 부인을 보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국가가 이를 수수방관하다가 빚은 참극의 한 사례이다.

상습 가정폭력범인 전 남편은 2015년 경찰에 신고됐지만 구속되지 않고 곧 풀려났다. 이혼을 한 부인을 살해한 전 남편은 결혼 후 20여 년 동안 아내와 딸들을 걸핏하면 폭행 했다.

폭력에 시달려 온 피해자인 전 부인은 이혼 후에도 몸을 숨기기 위해 다섯 차례나 거처를 옮겨 다니고 휴대 전화번호도 10여 차례나 바꿨다. 그리고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전 남편은 이를 무시해 속수무책이었다.

가정폭력사범이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해도 경찰은 즉시 체포할 권한이 없고 500만 원 미만의 과태료 부과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이 느슨한 점을 악용, 전 남편은 전 부인의 차량에 위치추적기까지 부착해 놓고 살인 계획을 세웠다.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어떻게 알고 찾아와 “같이 죽자”며 흉기로 위협하고 방화까지 시도했다. 결국 전 남편은 흉기를 휘둘러 전 아내를 살해하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전 부인의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아빠에게 사형 판결을 내려 달라”고 청원 했을까?

딸의 애달픈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 20만 명을 돌파하고 있다. 가정폭력 신고는 지난해 경찰에 27만여 건이 접수됐다. 이 중 검거된 가정폭력범으로 사법처리 된 것은 겨우 4만5000명에 불과했고 구속된 경우는 384명에 그쳤다.

가정폭력범의 구속 비율은 해마다 낮아지는 반면 재범률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가정폭력범의 가해자는 쉽게 풀려나 피해자를 상대로 한 협박·폭행의 악순환이 거듭되어 살인·폭행치사 사건으로 번지는 경우도 86건이나 발생됐다.

가정폭력으로 또 다른 희생양이 생기는 참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적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가정폭력은 가정문제가 아니며, 사회문제이자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집안일’이라며 방치하지 말고 경찰이 현장의 폭력 상황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법을 손보는 작업을 국회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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