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려의 미(美)가 실종된 사회
[기자수첩] 배려의 미(美)가 실종된 사회
  • [충남일보=길상훈 기자]
  • 승인 2018.11.15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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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훈 공주지사 부국장

지난 12일 밤 늦은 11시쯤, 공주시 신관동 모 업소에서 당시 손님(甲)과 업주(乙)간 사소한 말 다틈이 일더니 심한 욕설과 함께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乙)은 '손님은 왕'이라는 속어처럼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지 고양이 앞에 쥐가 된 것처럼 허리를 굽히며 고개를 떨궜다.

상황은 이랬다. 30살 남짓한 젊은 한 쌍의 손님과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처음에는 연신 분위기가 좋더니 1시간쯤 지나자 갑자기 고성이 일고, 심지어 주인 부부에게 폭력적 언행이 행사됐다. 안주로 나온 골뱅이 무침에서 2cm정도 남짓한 짚 검불이 나온 것이다.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모든 책임은 저희 부부에게 잇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업주는 당황하며 대역죄인이라도 된 듯 두 손이 땅에 닿을 만큼 허리를 굽혔다. 이 광경을 지켜본 주위 손님들에게 미안함도 빼놓지 않았다.

이때 이를 지켜본 옆 테이블 손님은 부부의 안타까움을 지켜보다 못해 "상대에게 사람이 하는 일이지 기계가 아니지 않습니까"라며 오히려 갑(甲)에게 쓴소리를 퍼부었다.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나라 보다 이웃간 배려의 미(美)를 덕목으로 삼아온 나라다. 특히 이곳 공주는 백제역사의 산실이자 충(忠)과 효(孝)를 덕목으로 지켜온 고장이다.

인터넷을 들추어 선진국들은 어떤지 들여다 봤다. 미국은 음식점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손님은 오히려 상대 손님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눈을 피해 업주나 웨이터를 불러 눈도장을 찍는다. 주문한 음식을 교환 요청하는 배려를 갖춘 것이다.

일본은 문제의 반복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 손님들이 없는 장소로 업주를 슬그머니 호출, 주위를 당부하는 주문을 한다. 독일 역시 불순문이 발견되면 손님이 이를 휴지에 모아 주변 손님들이 떠난 후 업주에게 다가가 별도의 알림을 전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국민 대다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성난 사자처럼 고성을 지르고, 업주를 몰아세우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곤 한다. 경제가 어렵고 사회적 차별이 심해지면서 삶이 팍팍해지고 스트레스가 늘어서 일까 하루하루가 전쟁 아닌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승자는 웃을 수 있을지 몰르겠지만 패자는 돌에 맞은 개구리처럼 고통을 곱씹으며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이제 선진국 버금가는 대열에 오른 대한민국, 우리의 마음도 좀더 넉넉하고 여유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옛 모습을 회복해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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