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싹했던 기억을 위해서도 개명은 옳다
[사설] 오싹했던 기억을 위해서도 개명은 옳다
  • 충남일보
  • 승인 2018.11.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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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방부가 ‘헌병’이란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꾸기로 했다. 헌병은 군대 내 경찰 직무를 수행하는 병과 또는 그 병과 소속 군인을 말한다. 헌병이란 말은 일본에서 왔다. 광복 후 미국 군사경찰을 본떠 만들어졌고 이름은 일본 것을 썼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번역 한자어는 대부분 일본이 만든 것이다. ‘철학’ ‘경제’ ‘민족’ ‘국가’ ‘국민’ 등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안타깝게도 헌병뿐만 아니라 육군·해군·군단·사단·포병·사령관·군복·항공모함 등도 일본이 만든 말이다.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바꾸려면 다른 것도 모두 바꿔야 하지 않겠나? 일제 강정기 헌병 창설의 목적은 군사경찰 업무보다는 경찰 내의 사무라이 세력을 줄이고 이들의 폭력성을 민권운동 시위 탄압에 돌리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경찰군인이란 뜻으로 경병이라 부르려고도 했으나 헌병이 됐다.

헌(憲)은 법을 의미하므로 헌병은 법을 집행하는 군인이란 뜻이다. 일본 헌병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조선에 와서 악명을 떨쳤다. 당시 일본 헌병은 주로 사무라이 출신을 경찰에서 차출됐다. 헌병의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꾸는 것은 제도의 유래를 따져볼 때 적절한 개명이라고 본다.

하지만 군사경찰이 좋은 작명인지는 의문이다.
군경찰로 했으면 더 압축적인 데다 군검찰과도 맞아 좋았을 것이라는 여론도 있다. 검찰 업무처럼 경찰 업무도 군에서는 특별하기 때문이다. 법을 집행하는 군인들을 키우는 업무는 본래의 군사훈련과는 거리가 멀다.

이참에 군사경찰이 군 지휘관이나 군검찰에서 독립해서 활동할 여지도 넓혀주는 게 의미가 있을 듯하다. 우리나라 헌병은 1900년에 창설됐고 일제 식민통치의 특징을 잘 보여 주었다.

그래서 아이가 울면 “헌병이 잡아간다”라고 할 만큼 악명을 떨쳤다.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려는 취지에서 치욕을 떠올리게 했던 헌병이란 단어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우리는 독립하면서 국군이 창설됐지만 일본군의 잔재를 그대로 받아들여 쓰이는 게 많다. 제식훈련과 계급편제, 전술 등은 미군 체제를 많이 원용했지만 구타와 욕설로 요약되는 ‘군기잡기’는 대표적인 일제 잔재다.

국방부가 일제 강점기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헌병이라는 용어를 ‘군사경찰’로 바꾸기로 한 것은 잘 했다. 미군정 시기에 도입한 헌병 병과라서 ‘미국식 헌병’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일제의 앞잡이로 악명을 떨친 조선인들도 적지 않아 헌병과 함께 떠오르는 ‘헌병 오장’의 오싹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개명은 옳은 선택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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