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멍 뚫린 정부 기관망 안전관리
[사설] 구멍 뚫린 정부 기관망 안전관리
  • 충남일보
  • 승인 2018.11.27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T 서울 아현지사에 난 불로 빚어진 서울 서북부 지역 등의 통신·결제대란은 국가의 신경중추라고 할 수 있는 기간통신망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규모로 보면 크지 않은 불이 순식간에 세상을 오프라인으로 바꿨다.

하지만 방화 장비는 달랑 소화기 뿐이었고, 비상사태에 대비한 백업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고 하니 한심스럽다. 경찰과 국방부의 업무에도 일부 지장이 있었다.
이 불로 서울 중·용산·서대문·마포·은평구 일대와 경기 고양시 등지의 KT 인터넷과 이동전화 불통 사태를 낳았다. 15년 만의 최장 통신장애였다.

이로 인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은 물론 배달앱, 카드 결제 단말기 등 각종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이용자들 사이에 큰 혼란이 빚어졌다. 완전히 복구하는 데는 일주일 가량 걸린다고 하니 사업자들의 피해는 더 커질 것 같다.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 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돼 있다. 그런데 통신구의 길이가 500m가 안 돼 소방법 규정에 따라 스프링쿨러 대신 허술한 소화기만 비치된 상태여 인재나 다름없다. 규정에 기대서 안이하게 관리해 온 KT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물론 법적인 하자는 없겠으나 안전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을 시인해야 한다. 게다가 KT의 아현지사는 D등급으로 분류해 우회 시스템도 갖추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취급해 왔다.

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같은 회선으로도 전송하는 서비스와 트래픽은 크게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안이한 대처를 한 것임을 임증해 줬다.

이번 사태는 허술한 소방안전 규정에서 초래된 예견된 사고다. 차제에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방법 등은 뜯어 고치고 시설 규모가 작더라도 정부와 통신사는 ‘위험과 안전에 대한 대비는 항상 최악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비단 통신망 뿐만은 아니다. 이번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도심 지하 구석구석에 연결돼 있는 모든 지하구를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영세 자영업자의 피해 보상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국가기간망은 항상 최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국지적으로 발생했지만, 전국 단위였다면 어땠을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당국은 통신망에 대한 대대적 점검에 나서야 한다. 또 사고 발생 시 통신사들 간의 유기적 협력 체제 구축 같은 대책 수립도 서둘러야 할 줄 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