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힙한’ 70대 래퍼 할아버지의 스웩 넘치는 인생이야기
‘세상 힙한’ 70대 래퍼 할아버지의 스웩 넘치는 인생이야기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20] 74세 래퍼 할아버지 임원철 씨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8.12.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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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 다양한 이슈의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매일 한 명씩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해드리는 이 시리즈를 통해 사회와 이웃에 대한 관심과 소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충남일보 강주희 기자] 71세에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해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이젠 자작랩으로 쇼미더머니까지 도전해 세상에 또 한번 반전을 선보인 래퍼 할아버지가 있다.

한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도시부동산학과에 재학중인 임원철씨의 이야기다.

래퍼 도끼가 할법한 체인 목걸이에 화려한 티셔츠와 스냅백을 걸친 그의 자작랩에는 특히 오타가 많다. 언듯봐도 평범하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스웩 넘치는 인생이야기를 4일 대전 동구 가양동 집근처 카페에서 만나 들어보았다. 

못 다한 배움의 한 풀고자 학구열 불태워

1945년생 해방둥이로 해방 후 이어진 6·25전쟁까지 혹독한 유년시절을 보낸 임씨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전쟁의 폐허와 가난 속에서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채 생활전선에 뛰어든 임씨는 열심히 일하고 또 일만했다.
  
그러던 임씨의 못다한 배움의 한은 황혼이 돼서야 풀 수 있게 됐다. 일손을 놓고 은퇴를 고민하던 중 서울에 사는 큰 딸로부터 한통의 이메일을 받으면서다.

늦은 나이에도 새롭게 제2의 삶을 개척한 어느 어르신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 딸의 이메일에 감동을 받고 어린 시절 하지 못한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임씨는 65세의 나이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대전예지중·고등학교에 입학, 6년 뒤 2014년 11월 대학입학 수능시험까지 치르게 된다.  

임 씨는 “지금도 수능시험을 치르던 첫 시간을 잊지 못한다. 시험지에는 빽빽하게 지문과 문제가 가득 채워져 있었고, 이 순간 이 젊은이들과 함께 시험을 치른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워 내 몸이 붕 뜨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며 “절대 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다”고 회상했다.

임씨는 수시전형으로 한남대 사회과학대학 도시부동산학과에 합격, ‘15학번 새내기’가 됐다.

임씨의 자작랩에는 오타가 많다. 한글을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해 지금도 자주 틀리곤 한다. 가사에도 그의 인생이 담겨있지만 오타 하나하나 그의 삶이 녹아있는 것이다.
임씨의 자작랩에는 오타가 많다. 한글을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해 지금도 자주 틀리곤 한다. 가사에도 그의 인생이 담겨있지만 오타 하나하나 그의 삶이 녹아있는 것이다.

열정하나로 쇼미더머니까지 도전

“내나이 육십 더하기 열하나, 나는 해방둥이…”

첫 강의 시간 임원철씨가 동기들에게 선보인 자작랩 자기소개다. 좀처럼 좁혀질 것 같지 않던 동기들과의 차이는 첫 만남에 이미 극복한셈이다.

임씨는 랩동아리 ‘토네이도’에 가입하고 본격적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임씨는 쇼미더머니 5까지 참가하게 된다. 비록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그 열정과 도전정신 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임원철 씨가 원래부터 랩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2시간이 넘는 출근길을 매일 오가며 졸음을 쫓기위해 신나는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트로트부터 팝까지 다양한 장르에 맞춰 따라 불러보기도 하고 몸도 흔들고 졸음을 쫓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중 랩도 부를 수 있게 된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전 교생 삼촌으로 통하는 임씨는 학교홍보대사 활동과 함께 여러 방송에 출연하는 등 바쁜 대학생활을 보낸다.

아내와 함께 미얀마로 2주간 배낭여행도 다녀왔다는 임씨는 이젠 패키지 여행은 못다니겠다며 졸업 후 아내와 텐트하나 들고 전국일주를 하겠다고 한다.

임씨의 자작랩에는 오타가 많다. 한글을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해 지금도 자주 틀리곤 한다. 가사에도 그의 인생이 담겨있지만 오타 하나하나 그의 삶이 녹아있는 것이다.

임씨는 지금도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학교 문턱에서 망설이고 있는 수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한다.

“예순다섯에 공부를 시작하며 수없이 망설였다. 졸업할수 있을까. 늘 불안했다”며 “두려워 말고 무조건 문을 열고 들어가 과감하게 부딪혀라. 시작이 반이다”라고 조언했다.

임씨는 최근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가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서류전형에 합격, 2차 오디션까지 치르며 쇼미더머니 설욕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