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정 편안하도록" 외로운 환자들과의 '따뜻한 동행'
"마지막 여정 편안하도록" 외로운 환자들과의 '따뜻한 동행'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29] 대전 성모병원 김덕임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 김성현 기자
  • 승인 2018.12.17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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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김성현 기자]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외롭고 초조한, 어둡고 두려운 마지막 길을 밝게 비춰주는 사람이 있다. 그 주인공은 대전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덕임(여.53)씨. 폐암 말기인 지인을 위로할 방법을 찾기 위해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시작한 김씨는 9년째 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는 "처음 친한 자매님을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이 활동으로 제가 얻은게 많습니다"라고 말하는 김씨와 봉사의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큰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까. '괜찮을 거야' '나아질 거야' 라고 말해도 될까?. 김덕임씨도 친한 성당 지인의 폐암 말기 소식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었다. 어떠한 말을 건네도 삶의 끝자락에 선 지인의 마음을 위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지인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고 잠시나마 웃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김씨는 본당 자매의 추천을 받아 호스피스 자원봉사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 친한 자매님이 아프다는 말에 많이 놀랐고 슬펐어요. 하지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할지 몰랐었죠. 위로해주고 싶고 웃게 해 주고 싶은데.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자매님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또 다른 성당자매님의 추천으로 호스피스 교육을 받게 됐죠."

"호스피스는 마지막을 잘 준비할 수 있게 돕는 일"
 
호스피스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심리적 안정을 돕고 위안과 안락을 최대한 베푸는 봉사활동이다. 김씨는 호스피스 활동에 대해 마지막 준비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평온한 마지막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활동입니다. 저는 그분들이 마지막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힘들지만 행복해요"
 
봉사활동을 시작한 김씨는 처음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환자들의 죽음에 많이 슬펐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친해진 환자분들과 헤어지는 것이 많이 힘들고 슬펐어요. 어쩔 수 없이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지만 그분들을 보낸다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죠."

또 김씨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들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여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병동인 만큼 암 말기인 환자분이 많아요. 그분들은 대부분 처음에 말을 잘 안 하세요. 그래서 많이 고민하고 고민했죠. 어떻게 그분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지"

그래서 김씨는 환자들에게 말을 건네고 또 건네고 또 건네기 시작했다. 김씨는 '오늘은 어떠세요?' '날씨가 참 좋죠', '식사는 어떠세요?'라며 환자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그렇게 일주. 이주가 지나자 환자들이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환자분들이 처음에는 그냥 나가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래서 자꾸 말을 걸었어요. 오늘은 날씨가 참 좋죠? 이 꽃 이쁘죠? 이렇게 말을 건네다 보니 환자분들이 마음을 열고 제 얘기를 들어주시더라고요."
 
김씨는 환자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뿐 아니라 마사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들을 위로한다. 최근에는 꽃꽂이 등을 통해 환자들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열고 잠시나마 환자들이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꽃꽂이 활동을 통해 환자들을 웃게 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꽃을 보며. 향긋한 냄새를 맡으며 미소짓는 환자분을 볼 때면 너무 행복해요"
 
"호스피스 활동으로 가족에 대한 이해와 사랑 배웠어요"
 
김씨는 힘든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오히려 자신이 이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한다.

"저희 아버지가 16년째 아프셔요. 언어도 안되고 걷지도 못하시고...그런 아버지를 어머니가 간병을 하고 계셔요. 그러다 보니 어머니가 많이 힘들고 해서 날카로워졌어요. 하지만 저는 그걸 이해를 못 했었죠. 하지만 이 활동을 통해 제가 어머니에게 많은 잘못을 했구나 깨달았어요."

아픈 아버지와 간병을 하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됐고 또 위로하는 방법을 배운 김씨는 이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장 든든한 딸이 됐다. "봉사활동을 통해 배운 방법으로 아버지 어머니를 많이 웃게 해드리고 있어요. 아버지가 이제는 제가 오시는 날만 기다리신다고 해요"

김씨는 앞으로 더욱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서 봉사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많은 환자분이 오랜 병실 생활로 몸이 많이 굳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전문적으로 마사지를 배워서 환자분들의 굳은 몸과 마음을 풀어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김씨는 "봉사하고 사는 삶은 너무나 행복한 삶인 것 같아요. 앞으로 많은 환자분이 웃고 행복할 수 있게. 저도 행복할 수 있게 봉사활동을 이어갈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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