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기다림
[양형주 칼럼] 기다림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9.01.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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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학교 교사였다. 엄마는 명문대학교 사범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각종 연수에서 1등을 휩쓸고, 맡은 반마다 성적 우수반을 만들었다.

이런 엄마이니 자녀들을 어떻게 키웠겠는가? 소위 말하는 엄친아였다. 남매가 있었는데, 전교 1·2등을 휩쓸었고 전교회장 출신에 임원도 도맡았다. 이런 식으로만 가면 명문대 진학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고3 아들이 폭탄선언을 했다. “엄마, 저 자퇴할래요.” 그러더니 진짜로 자퇴를 했다. 이것을 본 바로 아래 고2 딸도 따라 자퇴했다.
매사에 완벽주의였던 엄마가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아이들을 닥달했다. 그러자 엄마만 보면 짐승처럼 변하고 엄마를 미워하고 증오했다.

이후 남매는 1년 반 동안 집 방안에 틀어박혀 방 창문을 모두 신문지로 붙이고는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고, 날마다 게임과 폭력물에 파묻혀 살았다. 발레를 하던 딸은 점점 살이 쪄서 83kg까지 불었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갑자기 변했을까? 그것은 그동안 계속되던 엄마의 강요와 지나친 간섭에 아이들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늘 엄마의 감시와 잔소리 속에 살았다. “너 엄마가 뭐라고 했어. 엄마가 도착하기 전까지 숙제 다 해놓으라고 했어, 안 했어? 많긴 뭐가 많아? 그리고 뭐가 어려워? 너 놀았지? 딴 짓 했지?” 아이들이 “죄송해요”라고 하면 “너 엄마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뭔지 알아? 바로 죄송하다는 말이야. 죄송하다고 말할 짓은 하지 말라고 했지? 얼른 들어가. 6시까지 숙제 못 끝내면 저녁밥 못 먹을 줄 알아!”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시와 명령, 확인과 질책이 대화의 전부였다. 이것이 속으로 곪다가 마침내 터지고 만 것이다.

어느 날 아들은 자신을 다그치는 엄마를 참다못해 구석에 몰아놓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내가 이러고 있는 것, 당신 때문이야! 그동안 당신이 나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알아? 숨 막혀 죽을 것 같아. 이게 사는 거냐고!” 이 말에 엄마는 충격을 받았다. 결국 엄마는 이 모든 상황을 되돌아보며 <엄마 반성문>이란 책을 썼다.

새해 들어 여러 가지 결심을 하지만, 나는 자녀와 어떤 관계를 가질까도 결단했는가? 정말 자녀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지지하고 칭찬하며 친밀감 있는 관계를 이어나가려면 어떻게 얼마만큼 기다려 주어야 할까? 나의 부모님은 나를 얼마나 기다려 주셨는가? 건강한 관계는 기다릴 수 있는 관계다. 나는 기다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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