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태 칼럼] 명분과 실익
[김남태 칼럼] 명분과 실익
  • 김남태 편집국장
  • 승인 2008.05.0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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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이냐 실익이냐를 놓고 여야간 국민들 사이간에 논쟁이 분분하다. 이같은 논쟁은 얼핏 투쟁으로까지 비화될 사항이어서 어느것이 우선이냐의 문제로까지 비춰진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에서는 최근 새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행한 정책을 놓고 촛불시위가 이어지고 나아가 대규모 반대와 재협상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갑자기 추진해 버린 한미쇠고기 수입협상을 두고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절차와 이해를 넘어선 급작스런 국가간 협상이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고 큰 우려마져 갖게 한다. 이같은 우려는 대규모 촛불시위와 인터넷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홈피는 네티즌의 항의쇄도로 잠정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간단하다. 그동안 국민건강을 위해 정부가 장시간을 실갱이하며 반대해 왔던 미국측의 쇠고기수입문제가 그동안의 진행과 전혀다른 결과로 그것도 갑자기 또 일방적인 수준으로 타결되면서 갖는 우려때문이다.
다시말해 그 결과 검역주권의 포기와 생명안보를 정부가 막아도 부족할 판에 이를 앞장 서 포기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차에 걸쳐 한미FTA추진과정에서도 농축산농가 등 자국내 1차산업의 붕괴공포로 자유무역협정 추진이 무척이나 힘이 들었고 그 여진 공포가 오기도 전에 또 다른 여진이 우리 국민을 강타한 사건이 미국의 쇠고기 수입조치였다.
지금 정치권과 관련 이해단체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검역주권을 회복하고 국민건강을 수호하기 위해 책임있는 당사자인 대통령과의 TV토론을 제안하고 청문회와 국정조사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는 사태해결을 위한 진정성을 한 번도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끝장토론이라는 명칭까지 사용하면서 언론을 상대로 대대적인 해명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절차와 과정이 생략된 것들은 언제나 무리가 따르는 법이다. 더구나 국익과 국민의 평안을 위한 일에 정부가 앞장서 이를 방해하는 형국이라면 이처럼 진정성이 문제되는 사태는 더욱 간단치가 않을 전망이다.
옛말에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라는 말이 있다. 사기(史記) 역생 육가열전(陸賈列傳)에는 한나라의 역이기( 食其)라는 모사(謀士)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진(秦)나라가 멸망한 후 한왕(漢王) 유방과 초패왕 항우는 천하를 다투고 있었다. 항우는 우세한 병력으로 유방을 공격하였다. 이에 유방은 성고의 동쪽 지역을 항우에게 내주고자 하였다.
이때 유방의 모사였던 역이기는 식량 창고인 오창(敖倉)이 있는 그 지역을 지킬 것을 주장하며 다음과 말했다. 저는 천(天)이 천(天)이라는 것을 잘 아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있으나 천을 천으로 알지 못하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없다. 왕자(王者)는 백성을 천(天)으로 알고 백성은 먹을 것을 천(天)으로 안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방은 역이기의 말에 따라 곧 전략을 바꾸었다고 한다.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라는 말은 한서(漢書) 역이기전에도 실려 있는데 이는 백성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 임을 뜻한다. 임금된 자는 백성을 하늘 섬기듯 섬겨야 하고 백성들의 하늘은 임금이 아니라 곧 식량임을 알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태동하고 국정을 시작하면서 그들은 맨먼저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될 것을 천명했다. 그러나 지금 그런 말이 오히려 국민적 원성을 살 일이라면 명분과 실익 어떤 것이 국민과 국익에서 우선인지를 보다 면밀히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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