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핵화 진전’ 전제 남북경협 재개 바람직하다
[사설] ‘비핵화 진전’ 전제 남북경협 재개 바람직하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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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눈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미국의) 상응 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또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라고도 했다.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남북경협 얘기가 이렇게 오갔다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와 한미 간 실무선에서 대북제재 완화가 이미 거론됐다고 봐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사실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측의 비핵화 진전과 대북제재 완화를 통한 경제적 지원이 교환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북한이 요로를 통해 한미 양국에 제재 완화와 남북경협 재개를 요구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 완화 불가’라던 미국의 입장도 최근 유연해졌다.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북미 합의 내용이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미국 입장에서도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좀 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양보를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를 제안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미국 측에 선택의 폭을 넓혀줌과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에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보다 자신의 치적 등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북한 문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생명과 재산보다 미국민의 안전을 우선할 수 있다는 뜻이다.

2년 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보다 후퇴한 ‘기존 핵·미사일 동결’과 경제지원을 맞바꾸려 한다는 ‘스몰딜’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오는 것은 우리의 경계를 자아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협조를 받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는 소식도 찜찜한 면이 있다.

하지만 남북한 간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해서는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해야 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천문학적 액수로 추정되는 통일비용을 미리 분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남북경협이 남북의 경제적 통일에 기여하면서 완전한 통일국가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리 입장에선 매력적이다. 재계에서는 남북경협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현재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

물론 우리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북미 간 한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 그래도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의 빗장이 다시 열린다면 그것은 최소한 북한 측의 비핵화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함을 전제로 해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 담보 없는 남북 경협 재개는 또다시 ‘퍼주기’ 같은 소모적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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