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비리명단 발표부터 개학 연기까지... 정부-한유총 갈등 근본 이유는?
유치원 비리명단 발표부터 개학 연기까지... 정부-한유총 갈등 근본 이유는?
  • 김성현 기자
  • 승인 2019.03.0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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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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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김성현 기자]정부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부 사립 유치원의 회계 비리가 드러나면서 시작된 갈등은 점점 심화돼 유치원 무기한 개학 연기까지 이르렀다. 정부와 사립 유치원들이 유치원 회계 처리 방식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면서 애꿎은 학부모들만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국감 유치원 회계 비리 폭로부터 유치원 개학연기까지 그간의 과정과 정부의 대책 등을 알아본다.

지원금으로 성인용품 구매...국정감사서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정부와 사립 유치원 갈등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사립 유치원의 회계 비리로 인해 시작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11일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2013년∼2017년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비리 5951건이 적발됐다. 적발 금액은 총 269억원이다.
 
적발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적발된 사립유치원 중 경기도의 한 사립유치원은 정부 지원금과 매달 학부모가 내는 돈으로 노래방, 숙박업소에서 결제하고 명품백이나 심지어 성인용품을 샀다.
 
광주의 한 유치원은 원장의 친정어머니에게 선물 명목으로 유치원 회계에서 100만 원을 송금하고 공금으로 원장 개인 차량 주유비로 530만 원을 쓰기도 했다. 이외에도 원장이 개인 계좌에 목돈을 쌓아놓고 만기환급형 보험에 수천만원을 넣어둔 경우도 있었다.
 
사립유치원이 누리과정 지원금 등으로 매년 2조원을 국가에서 지원받고 있기 떄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이 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며 비리 사립유치원 처벌과 에듀파인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통해 사립유치원의 회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10월 ‘박용진 3법’으로 불리는 유치원 3법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를 당론으로 채택해 힘을 실었다. 유치원 3법은 비리 유치원을 근절하기 위해 마련된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유아교육법의 핵심은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이라는 회계관리 시스템 사용을 의무화, 회계 항목을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세입세출 항목에 따라 세분화해 입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유치원 원장을 겸임하지 못하게 하고,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재산을 교육 목적 이외에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골자는 학교급식 대상에 유치원을 포함시켜 관련 법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급식 부정 피해를 예방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현재 유치원 3법은 국회 계류중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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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유치원 3법은 사유재산권 침해"...강력 반발
 
이 같은 유치원 3법 발의에 유치원 단체인 한유총은 지난해 11월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설립자들이 건물 등 시설에 개별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시설사용료 명목으로 이익을 가져갈 수 있게 `사유재산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한유총 측은"교육부와 여당이 사립유치원에 '비리 프레임'을 덧씌워 생활적폐로 낙인찍고, 사립유치원에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유총의 이 같은 주장에도 교육부는 유치원 3법 개정 의지를 보이면서 에듀파인 의무화 도입에 힘을 기울였다. 사립유치원에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기 떄문에 사유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한유총, 끝내 유치원 개학 연기 카드 꺼내
 
이 같은 정부의 입장에 한유총은 더욱 반발하며 '유치원 무기한 개학 연기'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유총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유치원을 설립할 때 최소 30억원 이상 개인자산이 소요됐다"면서 "설립비용에 대한 합리적인 회계처리 방안이 필요하다"며 사립유치원을 사유재산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정부가 계속 우리를 탄압하면 우리는 준법 투쟁을 넘어 폐원 투쟁으로 나아가겠다"며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폐원을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유치원 3법 개정을 통해 사립유치원 회계를 국가회계로 통일해서 국가·학부모에게서 받은 교육비를 원아 교육 이외 목적으로 쓰면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경기·인천시교육청은 3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유치원은 교육기본법 및 유아교육법에 근거한 학교이며, 학사일정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반드시 유치원운영위원회 자문을 거쳐야 한다”며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개학연기를 선언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규정했다.
 
정부는 또 한유총의 이 같은 대응에 강경대응 의지를 밝혔다.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민갑룡 경찰청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법령을 무시하고 개학연기를 하는 사립 유치원은 법령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이낙연 총리는 "법령을 무시하고 개학 연기를 하는 사립 유치원은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뻔뻔한 한유총"...한유총 처벌 요구 청원 이어져
 
한유총의 개학 연기에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유총 처벌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청원인은 "한유총이 정부의 투명한 회계프로그램인 에듀파인을 거부하고 자유한국당이 유치원3법을 거부하는것은 그들이 지금껏 누려온 기득권에 대한 심각한 피해와 더불어 정치, 경제,사회 곳곳의 기득권이 무너지는 도미노현상으로 번지는 우려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끌며 반대를 하고 있는것"이라며 "정부는 한유총 개교거부사태에 엄정하게 대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다른 청원인은 "세금을 투명하게 쓰게하기 위하여 바로 잡으려 하는 정부에게 아이들을 볼모로 집단으로 휴업 하겠다는 한유총 뻔뻔한 자들을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치원 3법 도입, 국민들의 의견은?
 
유치원 3법과 에듀파인 도입 국민 80% 이상이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과 ‘유치원 3법’ 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 대해 지난달 27일 전국의 만19세 이상 남녀 1049명을 전화면접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립유치원에 지원되는 국가 예산과 학부모가 부담하는 유치원비를 교육 목적 외 사용 시 처벌하도록 하는 유치원 관련 3개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1%가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매우찬성’ 47.4%, ‘찬성’ 33.6%였다. ‘반대’는 8.2%, ‘매우반대’는 6.5%에 그쳤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에 대해서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83.1%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매우찬성’이 54.1%로 과반을 넘었고 ‘찬성’이 29.0%였다. ‘반대’는 7.8%, ‘매우 반대’는 5.7%로 나타났다.
 
‘에듀파인이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일부 사립유치원 단체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48.5%가 ‘전혀 동의하지 않음’이라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음’(25.2%)이 다음으로 많아 총 73.7%가 한유총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는 16.2%, ‘매우 동의’는 6.7%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 방향에는 국민의 86.4%가 찬성(매우찬성 54.6%, 찬성 31.8%)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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